떼인 세인 대통령에 명예박사 학위, 부산외대 - 미얀마 어떤 인연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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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대 미얀마어과 박장식 교수(왼쪽에서 세번째)가 미얀마 우깐조 국가기획경제개발부 연방장관과 지난해 7월 미얀마 정부청사에서 면담을 나누고 있다. 부산외대 제공

'미얀마 대통령이 부산외대 학사모를 쓴다? 어떤 인연이길래 ….'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이달 초순 부산외국어대 남산캠퍼스를 찾는다. 지역의 소규모 사립대학이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대통령이 학위를 받으러 직접 캠퍼스를 방문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학위 수여는 부산외대와 미얀마의 '특별한 인연' 덕분에 성사됐다.


국내 첫 미얀마과 개설 부산외대
20여 년간 관련 분야 인재 양성
양국 교류 중심역 묵묵히 수행

미얀마 정부, 부산외대 요청 화답
아세안정상회의 방한 때 수여


지난 1992년 부산외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얀마어과를 개설했다. 이 학과는 현재까지도 국내 유일의 미얀마 관련 학과다. 대학 측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미얀마어과를 20년 넘게 묵묵히 꾸려왔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위해 미얀마어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을 꾸준히 길러냈다.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만 420여 명. 이 중 절반 가량이 미얀마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나홀로 고군분투하길 20여 년. 부산외대는 때마침 오는 11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2011년, 당시 총리였던 떼인 세인 대통령은 반세기 만에 군부지배를 종식시키며 미얀마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군부 출신이지만 정치·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반군집단과 평화협상을 벌이는 등 민주적 법치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대학 측은 비공식적 외교채널을 통해 미얀마 정부에 "미얀마의 민주화 정착에 기여한 대통령에게 명예정치학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미얀마 정부도 흔쾌히 화답했다. 부산외대가 국내 첫, 국내 유일의 미얀마어과를 개설해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등 양국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점을 높이 사 명예박사 학위를 수락한다는 확인서를 최근 대학 측에 보내왔다.

제안부터 성사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데에는 또 다른 숨은 공로자인 이 대학 미얀마어과 박장식 교수가 있었다. 학과 출범 원년 멤버인 박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얀마통'이다. 지난 1983년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이 일어난 뒤 미얀마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듬해 국내 1호로 미얀마를 연구하러 국비 유학을 다녀왔다.

특히 박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인문한국(HK) 지원사업 동남아지역원장을 맡아 미얀마의 문화와 미술, 유적 등을 소개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 때 미얀마의 실세인 우깐조 국가기획경제개발부 연방장관(당시 차관)을 알게 됐다. 오랜 기간 쌓은 우정을 바탕으로 박 교수가 우깐조 장관을 통해 미얀마 정부에 명예박사 수여를 제안했고, 결국 대통령의 수락을 받아낸 것이다.

박장식 교수는 "군부지배가 종식된 이후 경제협력과 문화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 봇물 터지듯 '미얀마 붐'이 일고 있다"며 "앞으로 부산이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류 증진에 중심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은 오는 11~12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부산외대 남산동캠퍼스에서 열린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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