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대기업 이젠 알아서 거품 빼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을 펼쳐 온 한국 대기업들이 이젠 '거품 빼기'에 한창이다. 글로벌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과감한 계열사 정리와 희망퇴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 대열'에 합류했다. 대기업 계열사별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실직자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그동안 기업들 간 인수 합병, 구조조정 등이 없지 않았지만 지난 26일 단행된 삼성과 한화의 빅딜은 그 여파가 컸다. 무엇보다 자금 유동성 면에서 가장 안정돼 있는 국내 재계 순위 1위 기업이 계열사 4개를 매각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파는 적지 않다.

"무차별 확장시대 끝난 지 오래"
삼성·현대차·LG 한계기업 정리
매각·통폐합 후 구조조정 진행


이에 따라 이제 '한계사업 정리'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 우리나라 재벌정책은 부의 집중을 막기 위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와 업종 전문화제도가 골간이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문어발식 확장을 꾀하는 대기업집단을 견제하겠다는 '관의 논리'였다. 기업의 자발적 의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자발적 빅딜의 배경에는 비주력 사업을 마냥 안고 가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실질적인 위기감이 깔려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지금 산업계는 업종별로 한계사업 정리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8월 현대차그룹은 7개 계열사를 하루 만에 3개로 통합하는 사업 조정을 단행했다. 현대위아가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흡수 합병하고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씨엔아이를, 현대건설이 현대건설 인재개발원을 합병하는 내용이었다.

모두 연관 또는 중복사업을 통합해 자동차 사업 본연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사업조정의 일환이었다.

포스코도 철강사업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기치로 내걸고 사업 구조조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과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불린 몸집을 슬림화하며 철강시장의 불황 파고를 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자회사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넘기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사장 취임 이후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면서 해외법인 및 지사에 대한 점검을 시작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사업을 접었다.

업체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면서 기업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도 한창이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조용히 명퇴를 진행 중이고, 현대차그룹도 일부 계열사에 대한 희망퇴직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거품빼기 움직임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생존하기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면서 "향후 5년간 얼마나 선택과 집중을 잘 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장기 생존 여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