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대천천, 슬러지 쌓여 '휴식처'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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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산성마을 대천천 상류에 27일 오후 하수 슬러지가 강바닥에 쌓여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북구와 금정구를 지나는 대천천 상류에 슬러지(바닥에 침전돼 있는 진흙과 같은 것)가 대량으로 끼어 있어 마을 주민과 등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대천천이 부산 시민의 휴식 공간인 만큼 상류의 오염을 막지 않으면 도심 내 안식처인 대천천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7일 오전 10시께 금정구 산성마을 하수처리장 부근 대천천 상류는 잿빛을 띠고 있었다. 돌마다 슬러지가 끼어 있어 돌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고 슬러지들은 돌에 붙은 채 물살에 흔들리고 있었다.

상류 2~3㎞ 구간 '잿빛' 
8월 호우 때 하수관 파손 
오수 처리 안 된 채 유입
"지속되면 생태하천 상실"

산성마을 하수처리장에서 1㎞가량 떨어진 공해마을 하수처리장 부근도 마찬가지였다. 물살이 약한 가장자리에는 슬러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고 흐르는 강바닥에도 쉽게 슬러지가 눈에 띄었다. 사흘 전 비가 내렸음에도 점성 때문에 씻기지 않고 많은 양의 슬러지가 남아 있었다.

2~3㎞가량 계속되던 슬러지는 화명수목원 인근 사시골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합쳐져서야 상황이 나아졌다.

인근 마을 주민들은 "올 여름철부터 슬러지가 심각해졌다"며 "주말에는 오수가 나오는 양이 많아서인지 물에 거품이 섞인 것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정구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슬러지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8월 기습적인 폭우로 하수관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하수관에서 오수가 강으로 바로 흘러 들어가 오염이 심해졌던 것.

하루 만에 하수관을 정비했지만 오리 등 육류 소비가 많은 산성마을에서 배출된 오수들은 기름 성분이 많아 강바닥에 들러붙은 슬러지가 됐다. 또 8월 이후 큰 비가 없어 유량이 충분하지 못한 것도 슬러지가 늘어난 이유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하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부분이 크다고 주장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사무국장은 "등산객의 방문이 많은 공휴일에는 산성마을에서 배출되는 오수의 양이 늘어나 강에서 악취가 나거나 오물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대천천 상류에는 공해마을 하수처리장, 산성마을 하수처리장에서 오수를 처리해 대천천으로 다시 보낸다. 이들의 하루 처리 용량은 각각 200㎥, 480㎥이다. 용량이 크지 않아 비가 오거나 하수 처리량이 많아지면 하수 처리가 되지 않은 채 오수가 넘치는 일도 발생한다.

대천천네트워크 강호열 사무처장은 "대천천은 부산시민 5만여 명이 찾는 도심 속 휴양지다"며 "대천천 상류의 오염이 지속되면 하류까지 오염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고 말했다.

금정구청 관계자는 "슬러지가 많이 있는 부분을 확인해 제거하도록 하겠다"며 "대천천의 오염을 막기 위해 하수를 장림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대천천에 오염원이 들어가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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