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부산서 30년 만에 창단된 '부산정보고 야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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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역전 홈런" 희망 품고 달리는 열다섯 막내들

오전부터 러닝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는 부산정보고 야구부원들. '야구 도시' 부산에 30년 만에 등장한 부산정보고 야구부가 지역 고교 야구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정보고 야구부? 부산에 고교 야구부 5개 아니었어?"

지난 16일 구덕야구장에서 막을 올린 제3회 롯데기 부산고교야구대회. 옹기종기 모여앉은 스카우터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었다. 부경고를 상대로 낯선 유니폼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왔기 때문이다.

동요는 9회 경기가 끝나자 큰 파문으로 돌변했다. 부산정보고는 이날 부경고를 상대로 7-6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창단 2개월 만에 처녀 출전한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것.

부산정보고는 올해 8월 말 부산시교육청에서 창단 허가를 얻어 정식 야구부의 문을 열었다. 1984년 부산공고 야구부가 재창단한 이후 '야구 도시' 부산에 무려 30년 만에 탄생한 6번째 고교 야구부다. 부산정보고의 전신인 영남상고는 유명한 축구 강호. 2001년 부산정보고로 교명을 바꾼 이들이 이번에는 야구 명문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야구부 창단에는 불교재단 영남학원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임영담 스님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2010년 3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운영비를 전액 지원해 '룸비니 리틀야구단'을 창단할 정도로 청소년 야구에 관심이 많다. "2년 가까이 준비한 야구부입니다. 아마 내년쯤이면 실내연습장을 갖춘 야구부 시설을 마련할 수 있을 듯합니다." 부산정보고 배도균 교장의 설명이다.

지난 8월 창단, 9월 감독 선임
공개 테스트로 선수 15명 모아

롯데기 출전, 1승 4패
창단 2개월 만의 '첫승' 감격

부원 수 다른 팀 절반 수준
열의만큼은 어느 팀 못지 않아

■감독 "기회 하나만 보고 온 아이들 소중해"


부산정보고의 초대 사령탑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투수로 활약한 최태곤 감독이 맡았다.

지난 9월 15일 공개 채용을 통해 감독에 선임된 그는 불과 일주일 만인 9월 22일 구덕운동장에서 선수 선발을 위한 공개테스트를 실시하며 야구부원 '수집'에 나섰다.

"신생팀이니 양해를 구하고 기존 팀으로부터 선수를 받기도 했지요. 하지만 어느 팀이 자기 주전 선수를 내주겠어요? 옥석을 가리기 위해 9월 중순부터 강필선 코치와 함께 얼마나 발품을 팔았는지 몰라요."

그렇게 모은 선수가 모두 15명이다. 40~50명에 달하는 강호 팀 정원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 하지만 열의만은 어느 팀 못지 않다. "야구가 정말 하고 싶어서, 당장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어 찾아온 아이들입니다. 얼마나 소중합니까? 단 한 녀석도 낙오를 안 했어요."

교내에 훈련장이 없어 기장과 사상을 오가는 중이지만 훈련 강도는 절대 약하지 않다. 그러나 최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멘탈이다. "야구 잘하는 친구들은 참 많습니다. 결국 대성하는 건 절실하게 야구하는 애들입니다."

최 감독은 부원 한 명이 아쉬운 신생팀이지만 선수 구성에 각별하다. 고교 3년 동안이 야구의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인생의 행로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기 때문이다.

최 감독과 부산정보고 야구부는 아직은 가시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한 달 만에 꾸린 팀을 정상 궤도에 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이야기다.

그라운드에서 곧장 뛸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최태곤 감독이 이끄는 신생 팀을 선택한 1학년 동갑내기 오석주(사진 왼쪽)와 박성민. 강원태 기자 wkang@

■선수 "희망의 향기 하나만 맡고 왔어요"

부산정보고 15명의 야구부원 중 8명은 현재 중학교 3학년으로 입학 예정자들이다. 1학년으로 구성된 재학생 7명도 모두 시내 5개 학교 야구부에서 희망을 품고 부산정보고로 몸을 옮긴 이들. 취재하는 와중에서도 또 1명의 특기생이 부산정보고로 전학을 왔다.

이들 야구부원의 하루는 오전 3교시를 마친 후부터 시작한다. 오전 훈련은 대개 배팅 위주. 당장 내년 1학년으로 입학할 중학교 3학년 후배들은 오후에나 합류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은 개인 훈련 위주로 진행된다.

수업을 마친 입학 예정자들이 합류하고 나면 삼락공원 야구장이나 장안천 야구장에서 수비 위주로 오후 팀 훈련이 시작된다.

강호 팀에서 자리를 못 잡았다고 쉽게 말하기에는 이들이 풍기는 희망의 향기가 짙다. 당장 주전으로 전국 무대에 나갈 수 있다는 간절한 바람 하나에 신생 야구부의 문을 두드린 이들이다.

부원이 적은 탓에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건 단점이자 장점이다. "한 포지션만 파도 출전 못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당장 여러 사람 앞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큰 메리트"라고 최 감독은 말한다.

실제로 1학년 오석주는 유격수와 투수를 겸업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야수로서의 재능과 투수로서의 재능을 동시에 테스트 중인 셈이다. 오석주는 초등학교 4학년 야구공을 잡은 뒤 경남고 야구부에 입단했다 몸을 옮겼다. "일단 다른 학교 야구부에서는 1학년은 거의 주전으로 시합을 못 뛴다고 봐야 해요. 한 해라도 일찍 그라운드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전학을 선택했지요."

롯데기 첫날 뜻하지 않게 거둔 승리에 대해서도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일단 우리 위주로 시합할 수 있으니 연습해오던 대로만 하자고 했는데 그게 행운의 승리로 이어질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1승 거두자마자 다음 날은 콜드게임 패를 당했잖아요. 그래도 실망 안 해요. 상대는 다들 내년 3학년 올라가는 선배들이니까."

오석주의 동갑내기 친구 박성민은 개성고에서 온 외야수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최 감독에 대한 믿음 하나로 결행한 모험이다. "우리 감독님 참 착한 분이세요. 재미도 있으시고 어린 우리와 소통도 많이 하려고 하시고요. 감독님 위해서라도 3학년이 되기 전까지 꼭 전국 대회 우승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프로로 직행하는 게 소원이죠."

부산정보고의 승리는 이번 롯데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부산정보고는 롯데기를 1승 4패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6개 야구부 중 공동 4위를 기록한 부산정보고의 성적에서 '1승'이라는 글자는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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