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독서 캠페인 '책·꿈·삶'] '서왕설래' 토론-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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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이미지·뒤틀린 진실 만연 타인의 고통에 연민 넘어 행동을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고 토론회를 연 '서왕설래' 회원들. 강원태 기자 wkang@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 감천동 푸른누리 작은도서관에 독서토론 동아리 '서왕설래(書往說來)' 회원들이 모였다. 이름처럼 책을 통해 소통을 꿈꾸는 이 독서동아리는 2012년 4월 결성됐다. 2012~2013년 2년 연속 '부산시 원북원 우수 독서토론 동아리 상'을 받았다.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에 토론회를 연다. 이날은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읽고 생각을 나눴다.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전쟁으로 인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했다는 반성이 나왔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몰랐어요. 세계 곳곳의 사회 문제에 대해 공감할 여력이 부족했어요. 저도 다른 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했어요."(김난희)

"물리적 거리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무디게 한 것으로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줬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의 전쟁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여기죠. 조작된 이미지에 담긴 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어요."(임지영)

수전 손택은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온 작가다. 그는 책에서 "폭력과 잔혹함을 보여 주는 이미지로 뒤덮인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무방비로 노출된 과잉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미경), "자신에 대한 성찰"(임미애)이란 의견이 나왔다. 오영미 씨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이미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생각할 줄 아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프레임에 고정된 기억은 단 하나의 이미지죠. 프레임 밖에는 무수한 변수가 있는데 그 이미지만을 맹신할 오류가 있어요. 포토저널리즘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하죠."

손택은 책에서 "타인의 고통에 연민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누리는 특권이 타인의 고통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해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연민만 베푸는 것을 넘어 적극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겠죠."(최희선)

"전쟁이 자기에게 닥치면 공포가 되고, 타인에게 닥치면 연민이 되는 것 같아요. 타인이 겪었던 고통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 참상에 완전하게 몰입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윤란이)

책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택은 '연민'이란 감정을 타인의 고통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는 면죄부로 봤어요. 하지만 연민이나 동정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연결 고리라고 생각해요."(박규현)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거나 이해할 수 있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봅니다."(최희선)

김효정 씨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김상훈·안준영 기자 ne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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