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 차가운 탱크 속 뜨거운 전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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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배경 전차부대 이야기

퓨리. 소니 픽쳐스 코리아 제공

전쟁은 인간성의 야만과 광기를 극적으로 노출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할리우드는 전쟁을 녹여 대중적인 오락물인 영화로 빚어내는 재주를 부리곤 한다.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전쟁 영화 '퓨리' 역시 그렇다. 브래드 피트라는 할리우드 톱스타를 내세워 치열했던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차부대를 이끄는 워 대디와 네 명의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참혹하다. 전장에서 쓰러진 시체들을 무참히 짓밟는 탱크의 모습으로 막을 올리는 것. 1945년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전차부대를 이끄는 대장 워 대디(브래드 피트)에게 적으로 둘러싸인 최전선에서 마지막 전투 명령이 떨어진다. 수차례의 전투로 동료 대부분을 잃은 그에게는 단 한 대의 탱크 퓨리(fury)와 지칠 대로 지쳐버린 4명의 부대원뿐. 대디는 최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이 불가능한 전투에 뛰어든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덧칠된다. 당초 행정병 훈련을 받았으나 탱크 퓨리에 배치된 신병 노먼(로건 레먼)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지는 것.

지금이야 고물이지만 당시엔 첨단이었던 탱크 '퓨리'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답게 이 탱크는 부대원들을 보호하면서 독일군에 맞서는 등 전투의 선봉에 서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담당한다. 퓨리에 탑승한 대원들이 만나는 전장의 현실 또한 참혹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 하지만 좁고 차가운 탱크 안에서 부대원들의 전우애는 뜨겁다. 때문에 '퓨리'는 같은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교되기도 한다. 라이언 일병 대신 탱크 퓨리를 향한 집념으로 대체된 부대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또한 탱크 퓨리는 대디를 비롯한 네 명의 부대원들과 함께 달리는, 살아 있는 전우처럼 그려진다. 전방위 사격이 가능한 전차의 특성을 살린 전투와 보병들의 은폐 엄폐의 수단이면서 전략적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탱크의 가공할 위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극 중 사용된 이 탱크는 2차 대전 당시 실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영국 군부대차량협회를 통해 구했다고 한다. 퓨리의 정식 명칭인 M4 셔먼탱크와 독일군의 티거 탱크의 정면 대결장면까지 영화는 리얼리티를 한껏 끌어올렸다.

배우들의 열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대디 역의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신병 노먼 앨리슨 역의 로건 레먼, 바이블의 샤이아 라보프, 고르도의 마이클 페나, 쿤 애스의 존 번탈까지 5명의 탱크병사들은 전장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기에 인간의 야만과 광기를 드러내는 최악의 상황과 반복되는 전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유대감과 동료애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하지만 어리바리한 신병이었던 한 남자가 전쟁에 뛰어들면서 점차 성장하고 전쟁영웅이 된다는 기둥 줄거리는 아무래도 진부하고 상투적이다. 20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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