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정치개혁, 국회의원 줄이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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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재 동서대 교수·정치학박사

지난 1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정치개혁,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주제의 2014년도 제2차 정당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정치똑바로특별위원장 등 주요 정당의 개혁 주체들이 모두 토론자로 참석하여 기대를 걸어 보았다.

의원들, 정치 개혁에 사실상 관심 없어

그 내용도 국회개혁 분야로 '국회의원 특권(特權) 내려놓기' '국회선진화법' 등을, 정당개혁 분야로 '정당공천제' 등을, 선거개혁 분야로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방송으로 생중계되었다. 이로써 일단 정치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끼우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적 기대와는 달리 정작 개혁의 대상자인 국회의원들은 개혁에 전혀 관심이 없는 행태를 보여 여전히 실망이 크다. 토론회에 앞서 11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당내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마련한 불체포특권, 무노동·무임금, 출판기념회 금지, 의원겸직금지 등의 혁신안을 거부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의원들이 혁신안에 강력히 반발했고 나머지 의원들도 침묵으로 이에 동조했다고 알려졌다.

이번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새정치민주연합 등 다른 정당들의 의견도 들어 보았지만 불체포특권, 무노동·무임금 등의 실질적인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는 진보 정당 의원들을 포함한 토론 참석자 대부분의 견해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이쯤 되면 국민 입장에서 이제 일단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문제를 검토하여야 한다. 1년에 6개월도 채 일을 안 하면서 연봉만 2억여 원(보좌관 등 급여는 제외)을 받고, 다른 노동자와는 달리 무노동 무임금의 법적용도 되지 않는 특별대우 국회의원이 300명이나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구 간의 인구 편차를 최대 3배까지 허용한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관련법 개정을 내년 12월 31일까지 완료하도록 주문하였다. 이번 기회에 선거구를 재조정하여 그 수를 대폭 줄여 200명 수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불체포특권은 개헌을 해야 가능한 제도이지만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헌법 제41조에서 200명 이상으로만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 없이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즉시 가능한 것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오히려 인구가 많은 곳의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국민의 뜻을 단단히 거스르는 일이다. 지금 국민 대부분은 인구 16만 명당 의원 1명꼴인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데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경우를 보면 일본은 26만 명당 1명, 브라질은 36만 명당 1명, 미국은 76만 명당 1명으로 인구비율로만 보아도 우리나라 의원 수는 미국보다 4배가량 많다. 따라서 선거구를 수정할 때 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의원 감축, 국민 공감대 매우 높아

현재 인터넷, 트위터 등에는 지역구만 소폭 조정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 수를 대폭적으로 줄이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직 장관, 전·현직 대학총장, 교수, 변호사들로 구성된 '성숙한 사회가꾸기 모임'에 참석한 사회 원로들도 국회의원 수를 반으로 줄이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그들은 과하게 많은 국회의원의 수는 의원들의 자질도 낮아지고 국회 운영이 비효율적으로 전개되며 잘게 쪼개진 선거구 속에서 지역주의의 볼모가 된다고 하였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소득 없는 정쟁으로 어질러 놓던 정치권이, 이제 와서는 자기네들의 특권 내려놓기에는 집단 반발하며 개혁을 거부하고 있으니, 보는 국민들만 답답하고 애가 탄다. 헌법 11조에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지금 특권계급 행세에 젖어 있는 국회의원 줄이기 전 국민 서명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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