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다독이며 지낼 평화로운 공존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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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는 특정 분야 전문의만이 아니라 암과 관련된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함께 고민해야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표적치료제 사용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고신대복음병원 의료진들이 유방암 환자의 치료를 결정하기 위한 다학제 모임을 갖는 모습.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의학이 발달했다 해도 사람들은 일단 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죽음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근래 암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암을 만성질환처럼 대하자는 말들이 나온다. 만성질환은 당뇨나 고혈압처럼 완치가 어려운 병이다. 이런 병은 이기려 하지 말고 적당히 관리하며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암을 그렇게 대하라는 것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열쇠는 표적치료제 또는 표적항암제로 불리는 약물이다. 표적치료제의 발달로 암과의 평화로운 공존, 더 좋게는 완만한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표적치료제? 김양수 고신대복음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도움말을 줬다.

표적치료제 발달로
암 세포 증식·성장 억제
주변 정상세포 악영향도 최소화
암 진행 늦추며
환자 생존기간 늘려 줘

■정상세포 손상 없이 암 성장 억제

보통 암의 치료는 수술, 방사선, 항암제를 이용한다. 암이 제법 커진 이후에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암을 죽이려니 꽤 강한 독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치료과정에서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세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탈모, 백혈구 감소, 점막손상, 피부이상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며 때로는 그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표적치료제는 그런 항암제와는 개념이 다르다.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대신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요소를 억제해서 간접적으로 암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방해한다. 암을 완전히 뿌리뽑지 못한다 해도 암의 진행을 늦추면서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 비교적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선택적으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암세포 무한 증식의 길을 차단

암세포는 정상세포의 이상 변화로 생긴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흔적이 없을 수 없다. 혈관내피 성장 인자, 상피세포 성장 인자 등 여러가지 특정한 물질이 만들어 진다. 이 물질의 활동을 억제하면 암세포도 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개발된 것이 표적치료제다. 이때 표적치료제의 목표가 되는 물질을 표적인자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암세포는 조절되지 않고 무한 증식하는 세포다. 이러한 증식은 특정 물질이 세포 내에서 이뤄지는 증식 신호전달을 활성화시키면서 일어나고, 거기에 맞춰 또 어떤 물질은 신생 혈관을 암세포에 연결시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한다.

그럼 우선 생각되는 게 두 가지다. 신호전달을 못하게 하거나 신생 혈관을 못 만들게 해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끊으면 암세포가 사멸되거나 최소한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현재 표적치료제는 이 두 가지 요소에 하나 또는 동시에 작용하는 것들이다.

폐암 환자에게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결과를 보여주는 CT 사진. 폐암(사진 오른쪽 아래 실선으로 표시된 부분) 크기가 3개월 후 오른쪽 사진에서처럼 크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고신대복음병원 제공


■기존 항암제와 병용 때 더 큰 효과

현재 표적치료제가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암은 대장암과 폐암, 유방암이다.

10년 전만 해도 재발, 또는 전이된 대장암에서의 평균 생존기간은 6개월이 채 못됐다.하지만 이제는 평균 30개월 정도로 늘어났으며, 5년 이상 생존률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얼비툭스나 아바스틴같은 표적치료제 덕분이다.

얼비툭스는 암세포의 증식과 침습, 전이를 촉진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의 활성화를 억제한다.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게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하면 큰 효과를 보인다. 아바스틴은 대표적인 신생혈관생성억제제다. 보통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서 1차 요법으로 기존 항암제와 함께 치료에 사용된다.

폐암에는 이레사와 타세바라는 표적치료제가 있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재발한 경우 1차 요법으로 사용돼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유방암에는 허셉틴과 퍼제타라는 표적치료제가 만들어져 있다. 허셉틴은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초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후에도 사용하면 재발을 낮추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퍼제타는 비교적 최근에 개발됐는데, 특히 전이성 유방암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암환자라도 효과 다를 수도

지난 3월부터 상당수 표적치료제가 보험이 적용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모든 사람이 표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표적치료제는 말 그대로 표적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약이다. 즉, 암이 생성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특정 분자생물학적 이상이 있어야 효과를 보이며, 따라서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를 보이고 어떤 환자에겐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선 치료 전 세포검사를 통해 특정한 이상 유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그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다 보면 내성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내성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도 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양수 교수는 "지속적인 표적치료제의 개발은 암환자에게 희망을 주며 평균 생존율을 크게 연장시키고 있다. 이제 암치료는 다각적인 면에서 가장 좋은 치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특정 부문만 고집할 게 아니라 병리조직에서부터 외과의, 방사선종양의, 혈액종양내과의 등 다학제 모임을 통하여 최상의 치료를 이끌어내고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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