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컬처로드 연다] 2부 역사와 함께하는 길 (2) 가덕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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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유적까지… 미래 자산 활용해야"

가덕도 외양포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무력으로 지배했던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은 외양포에 남아 있는 일본해군사령부의 포진지.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가덕도는 영도의 1.6배로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다. 어장이 많아 예로부터 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었다. 지금도 주말이면 가덕도는 낚시꾼에다 등산객들로 넘쳐난다. 특히 대항선착장 앞은 차를 대어 놓기조차 힘들 정도로 북적이는 곳이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 됐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덕도의 가치를 잘 모른다.

이곳은 예전부터 해양교류와 군사상 핵심 지역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 흔적은 유적이 입증하고 있는데, 선사시대 유적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유물·유적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시리즈 자문 그룹은 천가초등(대원군 척화비·가덕진성 터)→록봉민속교육박물관→천성진성 터→(대항숭어들이)→외양포 일본군 포진지→가덕도 등대로 이어지는 길을 컬처로드로 제안했다. 특히 가덕도 등대는 군 부대를 통과해야 하기에 부산지방해양항만청 해군 등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곳곳에 해양·전쟁 흔적 많아
가덕도 등대 개방 안 돼 아쉬움
좋은 기획 더해지면 주목 받을 듯
日 포대진지서 음악 공연도


가덕도의 역사 흔적을 보기 위해서는, 이번만큼은 차로 이동하는 게 좋다. 가덕도 길은 꽤 거리가 있어 걸어서 살펴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덕도의 속살

가덕도엔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유적·유물이 많이 남아 있다. 2011년 2월엔 가덕도 성북동에서 6천~8천여 년 전 신석기시대 전기로 추정되는 인골 수십 구와 무덤이 무더기로 발굴되기도 했다.

가덕도의 두드러진 점은 해양과 전쟁의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조선 시대 삼포개항과 일본인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방어시설로 만들어진 천성진성, 가덕진성은 부산시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천가초등 담벼락은 아직도 가덕진성의 흔적을 말해 주고 있다. 학교 입구엔 대원군의 척화비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외양포마을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무력으로 지배했던 아픈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본군 포대시설은 물론이고 군사용으로 사용된 가옥에서부터 우물, 배수로까지. 마을 동북쪽에 있는 포진지는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요새 같다. 아치형의 수많은 벽체, 탄약고 형태의 저장 창고 등 포대진지의 흔적이 드러난다.

시리즈 자문위원이자 부산시 문화재 위원이기도 한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본은 러일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1904년 초부터 진해를 군사거점으로 만들고 보호할 목적으로 거제도와 가덕도에 대규모 포대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뿐이랴. 1930∼1940년대 2차 대전 때는 미국의 비행기 공습이 예측되자 일본군은 외양포에 고사포 진지를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의 한국인 노역자를 강제동원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어촌 마을로 보이지만 주민의 마음속엔 땅과 나라를 빼앗긴 한이 서려 있다.

마을 동쪽 오르막길을 오르면 가덕도의 맨 끝에 있는 가덕도 등대에 도착한다. 가덕도에 가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이다. 이곳은 군사통제구역이기 때문에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나 해군의 사전 허가 없이는 접근이 곤란하다.

가덕도 등대는 1909년 12월 건립됐다. 대한제국 때 건립된 41개 유인 등대 중의 하나다. 근대 서구 건축기법이 사용된 건물로 건물 중앙에 8각형의 등탑을 올려놓은 모양이다.

이번 탐방에 동행했던 스페이스 움 김은숙 대표는 "이런 아름다운 공간이 자유롭게 개방되지 않아 쉽게 보지 못한다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의 역할과 기대

2011년 천성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들어선 록봉민속교육박물관. "록봉민속교육박물관은 가덕도의 보물이다."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엔 근대기 우리 삶의 흔적을 얘기해 주는 유물들이 즐비하다. 교실에서 사라진 풍금, 대형 주판, 등사판, 타자기와 영사기도 볼 수 있다. 우물을 파서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리는 체험도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아쉽다. 많은 사람을 오게 하는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시리즈 자문 위원들은 단순히 자료를 보여 주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자문위원의 충고대로 좋은 기획과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민속자료 등 기본 요건이 탄탄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게 되면, 가덕도 길의 문화거점도 될 수 있다.


■체험 학습장으로 그만

"제대로 잘 관리해 후손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외양포 매항마을 일본군 포대진지를 둘러본 많은 시민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혹자는 "봄~가을엔 이곳에서 멋진 야외 음악공연, 오페라 공연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말도 한다.

외양포 포대진지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이곳을 아픈 역사의 흔적을 보여 주는 전쟁 체험 공간으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조금만 손을 보면 음악이나 연극 공연, 야외 전시도 열 수 있을 듯하다. 포대진지 입구엔 공간을 설명하는 제대로 된 간판조차 없어 아쉽다. 치욕적이든 자랑스럽든 모두 우리 역사이다. 생생한 현장을 잘 보존해 교육현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시는 물론이고 강서구청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천성진성과 가덕진성은 현재 남은 성벽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가덕진성과 천성진성 내 제법 넓은 땅이 사유지로 경작 중이라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성이 훼손될 우려도 크다.

자문 위원들은 "이런 공간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부산의 미래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공동기획 부산일보사·동아대 디자인환경대학 지역유산재생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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