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人] '2014 건축명장' 선정된 추영욱 대정종합건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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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는 마음으로 집을 짓습니다"

추영욱 대정종합건설 대표는 "설계와 시공을 통합해 농사짓는 마음으로 제대로 된 건축을 하고 싶다"며 '건축사가 짓는 집'을 강조했다. 김병집 기자 bjk@

서면 엔젤호텔 맞은편 스타벅스 커피 건물. 내·외벽을 검박하게 드러낸 노출 콘크리트와 아기자기한 공간의 심플하고 세련된 맵시가 눈맛을 자극한다. 주변을 둘러싼 고만고만한 건물 숲 사이에서 확실히 남다른 느낌이다. 5층 건물 맨 꼭대기에 이 건물을 설계하고 지은 대정종합건설㈜ 사무실이 있다. 벽면 여기저기, 부산의 중견작가 황종환의 미술작품과 건축사진작가 이인미의 사진작품이 걸려 있는 풍경. 건설회사 치고는 예사롭지 않다.

"건축이 경제적인 논리에 따른 이익창출 수단이 되어 가는 현실이 좀 서글픈 거죠. 건물이란 본래 사람이 살고 거하는 공간이니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사람이 중심인 건축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깨달음이 늦게나마 찾아왔습니다."

부산서 유일하게 명장에 선정
사람이 중심인 건축 깨달음
건축사가 직접 짓는 집 지향
건축과 예술의 접목도 추구


추영욱(46) 대정종합건설 대표를 찾은 것은 지난 10월 말 한국건축가연합(KIA)이 선정하는 '2014 건축명장'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전국 10곳 중 부산 업체로는 유일하게 뽑혔다. 한국건축가협회와 ㈔새건축사협의회가 합친 한국건축가연합은 2012년부터 시공 분야에서'건축 명장'을 선정해 왔다. 건축명장에 선정됐다는 건 건물을 직접 짓는 건축가들로부터 손에 꼽히는 시공회사로 인정받았다는 의미. 올해 건축명장에 지정된 업체에는 서울 7곳, 경남 1곳, 대구 1곳이 포함됐다.

이 업체의 깔끔한 건축 능력은 올해 부산국제건축대전에서도 인정받았다. 오신욱 건축사 설계작품인 '마로인 사옥'으로 지난달 21일 완공건축물 분야에서 'Best Award'를 수상했다.

추 대표는 어릴 때부터 건설사를 운영하는 부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건축사로 18년간 설계 분야에서 일하는 동안 2002년 KBS '스펀지'에 그가 설계한 '360도 회전하는 집'이 소개돼 주목 받았고, 2002년과 2003년에는 양산시 웅산보건지소와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양산건축문화대상제에서 2년 연속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2012년 종합건설사를 뒤늦게 차렸으니 다소 남다른 이력이다. 지금은 건축사사무소도 병행하면서 건축의 설계와 시공, 양쪽 분야를 아우른다. 그는 "설계도 설계지만 직접 토지를 구입해 시공까지 해 보니 깐깐하게만 보였던 건축주의 마음도 알게 됐다"고 했다.

'건축사가 직접 짓는 집.' 이게 추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주로 아파트나 상가 같은 분양건축물을 대상으로 설계작업을 해 오다 시공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건 건축에 대한 시각이 변했기 때문. 부산의 안용대 건축사가 일종의'멘토'로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리고 일본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의 창의적인 발상과 지적이고도 경쾌한 모더니즘에도 충격을 받았다고.

그가 모시는 건축의 방향은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집을 짓는 것"인데,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공간을 만드는 것, 또 하나는 목적에 충실한 건축물을 빈틈없이 설계하고 시공까지 함께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건물' '본래의 의미를 지닌 건축'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올 초 기장 동암해안길에 있는 부산의 중진 조각가 김정명의 킴스아트필드 제2미술관 공사를 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설계와 시공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이 둘을 함께 해야 진정한 건축가가 아닐까"라고 했다.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추 대표는 건축과 예술의 접목을 꿈꾼다. 건축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예술이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턱없이 비싼 대리석 까는 일에 돈을 쓰지 말고 그 대신에 실력 있는 지역 작가들의 좋은 그림들을 구입해 벽에 걸자고 건축주에게 설득하곤 합니다." 그가 보기에, 작가도 좋고 건축주도 좋은 일이니까.

설계비 대신 그림을 받은 적도 있다는 그는 아예 부산의 젊은 작가에게 수백만 원의 현금 지원을 하기도 했다. 일종의 '메세나' 같은 것인데 "메세나가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건축과 예술이 만나는 일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건설사 대표로서는 무척 이례적인 생각들은 또 있다. 도시 재생, 혹은 거리 활성화에 예술이 큰 몫을 하리라는 것. 예컨대 다음과 같은 구상이다.

"부산 곳곳에 오랫동안 활동해 온 거리의 미술가들이 많잖아요. 이들이 초상화만 그릴 게 아니라 서면거리, 남천동거리 같은 부산의 거리를 그리고 그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여는 건 어떨까요."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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