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을 해야 한다'를 그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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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의 'LOVE'. 조이갤러리 제공

"하트 뿅뿅! 하트 뿅뿅!" 젊은 연인들의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 같다. 그런데 50대 중견 화가의 전시에서 계속 이 말을 떠올렸다. 조이갤러리의 김준희 '사랑풍경' 전이다.

화가 김준희 '사랑풍경' 전
다양한 암호… 본질은 사랑


1988년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1996년 독일 국립 뉘른베르크 미술대학에서 유학하고 수석 졸업한 김 작가는 미술계의 기대주였다. 그런데 97년 귀국 초대전과 2002년 부산 동주대 초대전을 제외하면 별다른 개인전 기록이 없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미술학원 운영과 학교 강의를 다니느라 정작 자기 전시는 꿈도 꾸지 못했단다. 물론 그동안에도 작품 활동만은 멈추지 않았다.

"김 작가를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었죠. 김 작가의 실력은 아니까 늘 안타까웠죠. 실력도 뛰어나지만 타고난 천성이 너무 착해요. 그 성품이 고스란히 그림에 드러나는 것도 참 좋아요. 천사 같은 사람이고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죠. 힐링이 필요한 시대에 김 작가의 그림을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이 알려야겠다 싶었어요."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이갤러리 최영미 관장의 설명이다.

최 관장의 설명처럼 김 작가의 그림은 맑고 순수하다. 그림에 하트 모양이 많이 등장하고 화려한 원색을 사용했지만 그림은 차분하게 보는 이에게 스며든다. 미니멀한 요소를 띤 표현주의가 김 작가의 손을 거쳐 잘 구현된 것 같다. 김 작가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림 안에 간간이 등장하는 숫자는 마치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암호처럼 궁금증을 유발한다.

숫자 암호뿐만 아니라 화면에 가끔씩 나오는 물고기, 벌, 뱀, 사다리도 다 의미를 가지고 있단다. 작품 내면으로 들어가면 궁극적으론 '사랑'이라는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김 작가는 "'살기 위해서 벌은 날아야 하고 뱀은 기어야 하며 물고기는 헤엄쳐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을 해야 한다'는 톨스토이의 유명한 어록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이야기한다.

우연히 '사랑풍경' 전시 엽서를 봤다며 며칠 전 이해인 수녀가 전시장을 방문했단다. "좋네요! 참 좋다!"를 연발하던 이 수녀는 작가와 내년에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최 관장에게 김 작가와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돌아갔단다. 이 수녀의 시와 김 작가의 사랑 그림이 만나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벌써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준희 '사랑풍경' 전=15일까지 조이갤러리. 051-746-5030.

김효정 기자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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