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행복, 사회적 경제] ⑤ 국내 협동조합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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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공통의 욕구 반영하고 사업성 있는 아이템 발굴해야

영국 웨스트밀 지역의 풍력발전협동조합이 세운 풍력발전기.

최근 고령화와 일자리 부족, 양극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 사람을 위해,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경제인 '사회적 경제'가 큰 몫을 할 것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의 한 축인 협동조합이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어 성공적 안착을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협동조합 성공하려면

우선 협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사람들의 공통된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특정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협동조합은 제대로 굴러갈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만 사업성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조합원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기업 등과 연계 활성화
지역 사회 주축, 법·제도 정비 필요
분야 확대 통한 경쟁력 제고를
장애인 채용 등 기업의 자세도 중요


사업성이 뒷받침되는 아이템이 마련됐다면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은 필수다. 김성오 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주식회사 설립보다 3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른 협동조합이나 지역 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과 연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이사장은 "연대를 결성해 판로를 개척하고 이익금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지역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결성해 나간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로 일원화되기보다는 지방정부 또는 지역사회가 주축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가 정비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 공동체 활성화를 장려토록 하는 '지역주권법 시행령(Localism Act)'이 2011년 통과돼 사회적 경제는 물론 지역공동체도 활성화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스파크 민영서 상임대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어 각 부처로 쪼개진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을 통합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고, 아이디어가 공동체와 결합해 사회적 경제로 이어지도록 하는 '소셜 이노베이션'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로 확산을

태동 중인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필요성이 있다. 영국 웨스트밀 지역의 풍력발전협동조합과 태양광발전협동조합은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조합으로, 원전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부산·울산지역에서 참고할 만하다.

2005년 지역민 아담 트와인 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풍력발전협동조합은 이 때부터 2008년까지 기금을 모아 땅을 매입한 뒤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현재 주주는 2천431명이며, 이들은 해마다 수익금을 배분받고 있다. 최초 투자자들은 현재 대부분의 투자금을 돌려받았으며, 첫 투자 후 25년가량 지난 시기에는 8%의 이윤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2년 설립돼 조합원이 1천648명에 이르는 태양광발전협동조합은 연간 수익의 0.05%(1만여 파운드)를 지역에서 에너지 교육과 자원봉사를 맡고 있는 주민자치단체에 기부하는 게 특징이다.

영국 서머싯 카운티 북동부에 위치한 하베스트 내츄럴 푸드 모습.
영국 브리스톨에 본사가 있는 하베스트 내츄럴 푸드(Harvest Natural foods) 조합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유기농 식재료 판매장을 운영한다. 1971년 친환경 상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조합원 20명이 뭉친 것에서 시작해 현재 조합원은 80여 명이다. 이 조합은 다른 협동조합의 물품을 구매하기도 하며 공정무역을 통해 외국상품을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재판매하기도 한다.
협동조합 하베스트 내츄럴 푸드가 판매 중인 다양한 유기농 식재료.


■기업문화, 시민의식도 바뀌어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문화와 시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 정부기관에서 출발해 내년에 사회적기업 전환을 앞두고 있는 70년 전통의 영국 렘플로이(Remploy)는 기업문화와 시민의식이 조화된 대표적 사례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상이군인의 취업을 돕기 위해 조직된 렘플로이는 지난해까지 영국 제조업장의 80% 이상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현재 고용된 장애인은 2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직업을 유지하는 비율은 70~82%에 달한다. 이는 장애인 구직자 8~10명으로 구성된 직업훈련팀을 중심으로 그룹활동을 마련해 매주 적성훈련을 펼치고 취업 때까지 그룹활동을 지원하는 등 렘플로이만의 교육과정 덕분이다.

이 같은 성공에는 장애인에 대한 기업의 호의적인 자세가 크게 작용했다. 의무고용 기준이 없지만 영국기업 대부분은 직장에 대한 장애인들의 충성도가 높다며 장애인을 우선 채용할 정도다. 조바트 렘플로이 인력담당은 "기업의 자발적인 고용뿐만 아니라 누구든 더불어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사회적 경제 활성화의 큰 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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