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성세환 BS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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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다고요? 준비된 자에게만 운이 따릅니다"

32년간의 범일동 시대를 접고 새롭게 둥지를 튼 문현금융단지 내 신사옥에서 만난 BS금융그룹 성세환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해부터 끌어왔던 BS금융그룹의 최대 현안, 경남은행 인수 건도 최근 최종적으로 마무리됐고, 때마침 신사옥으로 이전도 끝난 시점. 성 회장의 표정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에서 여유가 넘쳤다.

올해 초 기자가 봤던, 느꼈던 성 회장의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 그때까지는 다소 뭔가에 쫓기는(?),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예전의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를 떠올릴 때 나오는 '젠틀'한 모습 그대로였다.

지주사 회장 취임 1주년
"자산 늘리기 전략보다
수익 창출에 집중해야"
"'BS맨'으로 뼈를 묻겠다"


BS금융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 부산은행 창립 47주년을 맞은 소감과 향후 계획 등을 취재하기 위한 인터뷰였지만, 처음부터 민감할 수 있는 질문들을 연이어 던져 봤다.

우선 성 회장에 대해 '운이 좋다'는 세간의 평가부터. 일부에서는 성 회장이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들도 한다. 지난해 이장호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회장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아주 높았지만, 지역 언론 등의 여론에 힘입어 내부 출신인 성 회장이 당당히 회장직에 올랐다.

이어서 그룹의 사활이 걸렸던 경남은행 인수전에서도 사모펀드·대구은행·경남은행 컨소시엄과 기업은행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당초 BS금융의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남은행 인수 후에도 경남은행 노조와 경남도민, 정치권의 반발 등으로 속앓이를 했지만 이들을 설득함으로써 무사히 금융당국의 최종 인가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BS금융의 제2 도약을 알리는 신사옥 입주까지. 한 가지 더 사족을 붙인다면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홀인원까지. "세간의 운이 좋다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준비된 리더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성 회장은 "운이 좋은 것은 맞다. 결과 만을 놓고 봤을 때 그렇다. 나와 일을 해서 잘못된 사람은 못 봤다"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실력 있는 사람도 좋지만 운 좋은 사람이 더 좋은 것 아니냐. 하지만 운도 노력과 실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준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경남은행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주위에서 무모한 짓이라며 만류했다. 혹자들은 대구은행과 같이 컨소시엄으로 들어가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경남은행의 인수 실패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확실하게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안 한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무조건 단독으로 입찰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운이란 게 거저 오는 것은 아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난 운이 좋지만, 그에 앞서 '준비됐다'고 말하고 싶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이장호 전 회장과의 비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오랫동안 BS금융을 이끌었던 이 전 회장과 성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항상 비교대상이었다. 부산은행 역사에서 처음과 두 번째로 기록되는 내부출신 행장이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이 전 회장은 BS금융의 틀을 닦는 역할을 했다. 기반을 아주 잘 다졌다. 나는 그 연속선상에 있다. 전임자와의 차별성만을 강조해 그룹의 기반을 흔들기보다는 지속가능한 경영의 연속선상으로 보고 싶다. 틀을 더 닦고, 할 수 있다면 꽃을 피우는 역할까지 하고 싶다. 싹을 더 틔우는 것이 내 역할이고, 그게 굳이 말하자면 나의 색깔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방은행계의 라이벌인 대구은행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DGB금융지주는 최근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비은행부문 금융사를 인수할 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자산만을 늘리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수익 창출이 더 관건이다. 짜임새 있는 조직으로 어떻게 하면 수익을 더 낼 수 있느냐가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더 바람직하다"면서 "경남은행의 향후 운영 계획도 수익 창출에 맞춰져 있다. 경남은행이 지금까지 자산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년부터는 이익을 더 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내부출신이기 때문에 BS금융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그다. 그가 바라보는 BS금융그룹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그는 BS금융의 이 같은 성공까지는 BS금융의 열악한 환경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성 회장은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방은행으로서 고객군이 제한된다는 것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충성고객이 많다는 장점도 되지만 확장하기에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면서 "BS금융은 대규모 시중은행에 비해 열악한 자본금과 제한된 고객군 등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이 오히려 BS금융을 더 클 수 있게 만들어 줬다. 직원들이 생존에 대한 의지와 각오, 오기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수익창출능력에서 부산은행은 선도적이다. 국내 은행 가운데서 가장 높다. BS금융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걸음처럼 천천히 가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면서 가며, 탄탄한 수익구조를 자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제한된 인력 풀은 문제점으로 꼽았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이 기반이다보니깐 임직원들의 대다수가 이 지역 출신으로 국한돼 있다. 이 때문에 전문인력에 대한 아쉬움도 남을 수밖에 없다.

그는 "BS금융의 규모에 맞게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인력 풀을 넓힐 예정이다. 지점도 광역화시키면서 이에 맞춰 다양한 방면에서 능력있는 전문인력을 영입해 BS금융의 단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BS금융이 시중은행과 동급으로 대우받는 금융기관이 되는 것, 중견 금융기관으로서 대외적인 신뢰를 받는 것이다"면서 "특히 포화상태인 국내를 벗어나 해외영업을 강화하는 것에서 BS금융의 새로운 미래가 있을 것"이라며 BS금융의 향후 목표를 밝혔다.

재차 물었다. 'BS금융의 목표가 아니라 개인적 목표가 뭐냐'고. 성 회장은 답했다. "BS금융의 수장으로서 개인적 목표가 뭐가 있겠느냐. 평생을 BS금융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후배 직원들이 자부심과 자존감을 갖고 회사에 다니길 바란다. 그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후배들을 이끌면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개인적 목표다. 난 'BS맨'으로서 이 곳에 즐겁게 뼈를 묻을 수밖에 없다. 후배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사진=김경현 기자 view@



성세환 BS금융그룹 회장 프로필

-1952년 경북 청도 출생

-1972년 부산 배정고 졸업

-1979년 동아대 졸업(경제학 학사)

-1979년 부산은행 입행

-2001년 엄궁동 지점장

-2004년 사상공단지점장

-2005년 녹산중앙지점장

-2006년 지역본부장

-2007년 부행장보

-2008년 부행장

-2011년 3월 BS금융지주 부사장

-2012년 3월 부산은행 은행장

-2013년 8월 BS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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