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동 골목길 '희망 건축'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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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프로젝트'로 탄생시킨 남구 문현동 '호프 5호' 주택. 낡고 불편했던 공간(사진 왼쪽)이 편리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부산국제건축문화제 제공

부산 남구 문현동 골목길에 '희망(HOPE) 건축'이 꽃을 피웠다.

부산시와 ㈔부산국제건축문화제(이하 건축문화제)는 최근 남구 문현동 백 모(82) 할아버지 집에서 호프 5호점 준공식을 했다. '호프'(HOPE·House of People's empowerment)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에게 아름다운 집을 지어 주는 서민주거역량강화사업. '호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부산시와 건축문화제가 주관이 돼, 지역 건축인과 힘을 모아 추진해 오고 있다.

어려운 이웃 새집 지어 주기
호프 프로젝트 5호점 준공


호프 5호 주택은 6·25 참전 국가유공자인 백 할아버지 부부가 30년이 넘게 거주해 오던 10평 남짓한 규모(35㎡)의 노후주택이었다. 이를 헐어 내고 그 자리에 햇빛이 잘 드는 새 건물을 지었다.

집 짓는 데 필요한 재정(3천만 원) 후원은 롯데삼동복지재단에서 했고, 설계와 공사는 2013년 부산 신인건축가 상을 수상한 오신욱(건축사사무소 라움) 건축사의 재능기부로 성사됐다. 공사는 7월에 시작해 8월 초에 끝났다. 본래 백 할아버지 부부가 살던 집은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층고도 낮았는데, 오 건축사는 종전보다 땅을 1m가량 돋워 집을 지었다. 여기에다 주택 외부에 있어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가 생활하기에 불편했던 화장실과 세면실도 집 안에 설치했다. 실제 노인연금만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백 할아버지는 본인도 폐섬유종을 앓고 있지만 중풍 등으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아내를 20년 이상 돌보고 있다.

오 건축사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돌보기 편리하도록 거실에서 화장실로 통하는 출입문 외에도 안방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별도로 설치했으며 휠체어가 쉽게 움직일 수 있게 문턱을 없애고 천창(하늘 창)을 만들어 빛이 간접적으로 실내로 들어오게 한 게 이번 5호 주택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사는 집이라 특히 단열에 신경을 썼고, 집 색깔도 동화 같은 느낌이 나도록 흰색으로 칠했다. 예산도 부족한 데다 시일도 촉박하고 공사 중 민원도 발생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해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백 할아버지는 "말할 수 없이 좋죠. 너무 좋아 병이 다 나을 정도"라며 새집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곁에 있던 할아버지 여동생도 "집을 짓기 전에는 병이 심했는데,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새집 덕분"이라며 거들었다.

이병욱 HOPE 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은 "호프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더불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 줄 것"을 희망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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