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행복, 사회적 경제] ③ 국내 협동조합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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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실한 중기서 직원 조합 변신, 청년 창업·일자리 창출 앞장

외식사업에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연계한 수제 햄버거 브랜드 '더 파이브' 모습.

2012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개정된 이후 국내에서도 협동조합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협동조합은 공동 소유를 바탕으로 조합원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 성장이 궁금해지는 곳이 제법 눈에 띈다. 특히 건실한 중소기업에서 과감하게 협동조합으로 변신한 기업 등 국내 선진 사례는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중소기업에서 협동조합으로 과감한 변신

면국수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해피브릿지'가 그 주인공이다. 해피브릿지는 지난해 초 주식회사 간판을 내리고 노동자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해 큰 화제를 모았다.

면국수 프랜차이즈 '해피브릿지'
주주 결단, 직원 공동 소유 전환 2년
수제 햄버거 '더 파이브' 매장도 열어
'사람 중심' 사회적 가치 추구 주목


1997년 첫발을 내딛은 뒤 연 매출 330억 원, 이익잉여금 30억 원에 달하는 건실한 중소기업이었던 업체가 직원들에게 소유권을 전환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송인창(46) 이사장은 이익을 좇는 기업에서 벗어나 공동체 개념 속에서 '사람' 중심의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 평소 다양한 기업 형태에 관심이 많았던 송 이사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을 방문하면서 협동조합의 세계에 눈을 떴다. 기업의 이익 창출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지역과 연계된 서비스를 마련하고,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던 중 협동조합기본법이 개정되면서 협동조합 설립이 쉬워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송 이사장은 기존 기업의 형태에서 협동조합의 길을 새로 걷기로 결심했다.

이 과정에서 송 이사장이 놀랐던 것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는 송 이사장의 제의에 주주 15명 전원이 만장일치의 지지를 보낸 것. 송 이사장은 "주주들의 만장일치는 전혀 기대치 못했던 것"이라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은 주주들의 강력한 지지로 이겨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해피브릿지는 의사결정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조합원 총회에서 이사장과 이사들을 선출하고, 조합원들이 직접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뒤 1인 1표 선거를 치른다. 과거 창업자(대주주)-이사회-경영진이 사실상 동일체인 주식회사의 의사결정 구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협동조합 2년째인 올해는 '협동조합적 혁신'을 주된 목표로 잡았다. 협동조합적 방식을 찾는 데 노력하자는 취지다. 비즈니스 차원에선 '협동의 원칙'을 중시할 계획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

해피브릿지는 기업 구조를 탈바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새로 출범한 수제 햄버거 브랜드 '더 파이브'가 이에 해당된다. 외식사업에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이란 사회적 가치를 연계했다. 외식업도 좋은 일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식업을 택했단다. 지난해 건국대점을 열고 1년 간 준비작업을 거친 끝에 더 파이브 명일점을 열었다. 실질적인 더 파이브 1호점인 셈이다.

총 3억 5천만 원이 투자된 더 파이브 명일점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업체와 다르다. 직원 3명이 예비 조합원의 신분으로 가게를 이끌며, 순이익금은 본사에 귀속하는 대신 해당 점포에 모아둔다.

수익금이 초기 투자금만큼 모이게 되면 조합원은 임차료와 권리금만 내고 점포를 인수할 수 있다. 비용은 인수 비용의 30% 선이다. 인수 후 협동조합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 하나의 독립된 조합식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고학력 실업인구가 많은 현 상황에서 이같은 협동조합은 청년 창업의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는 결국 해당 조합의 결사와 조합원의 의식 수준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지점 개설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더 파이브 매장을 연대한 지역 식당 협동조합연합회도 구상 중이다. 연합회를 중심으로 매장 중 한 군데가 문을 닫으면 다른 매장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 이들을 흡수하고 매장 운영 노하우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조합원 교육을 위한 과정 및 협동조합 창업반 등으로 이뤄진 아카데미 학원도 문을 연다"며 "협동조합 정착을 위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것"아라고 말했다.

글·사진=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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