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영화상-심사평] "흥행 성공작과 작가주의 작품 중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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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규 부산대 교수 예술문화영상학과

제23회 부일영화상은 가장 먼저 한 해의 작품을 평가하는 장이다. 한국영화의 양적 성적표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산출된다면 질적 성적표는 부일영화상의 선정 결과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부일영화상의 13개 부문에 오른 후보작을 통해 살펴볼 때 한국영화의 성장 정도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 오른 다섯 편은 대중의 지지를 받은 흥행 성공작에서 작가적 모험을 감행한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로 채워졌다. 이는 한국영화의 건강한 성장의 가시적인 결과이자 심사위원들의 작품 선정 심사에 난항을 겪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최우수 작품상은 1천만 이상 관객의 지지를 받은 '변호인'과 '명량', 그리고 매년 한 편씩 극장에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고 있는 홍상수의 '우리 선희'가 경합했다. '명량'과 '우리 선희'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갈렸다. 한 심사위원은 흥행 성적과 작품의 규모를 배제하고 작품을 선정해야 하며,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명량'은 감상적 영웅주의에 기대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명량'이 갖고 있는 내적 긴장감에서 감독의 연출력을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이순신의 리더십과 소통은 사회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지지했다. 결국 최우수 작품상은 '명량'으로 결정되었다. 최우수 감독상은 '명량'의 김한민과 '변호인'의 양우석, 그리고 '우리 선희'의 홍상수가 경합했으나 결국 홍상수 감독으로 결정되었다.

남우주연상은 큰 이견 없이 '변호인'에서 세금 전문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 준 송강호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수상한 그녀'로 연기자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 준 심은경과 안정된 연기톤을 유지하는 '도희야'의 배두나 사이에서 갈등했으나 결국 심은경의 손을 들어 주었다. 남우조연상은 많은 논란 끝에 '변호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준 곽도원을 선정했으며, 여우조연상은 '변호인'에서 따뜻함과 강직함을 동시에 보여 준 국밥집 여주인을 숙성된 연기로 소화한 김영애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신인 감독상 후보들은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예견하게 해 주는 연출력을 갖추고 있었다. 신인의 패기와 작품의 완성도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도희야'의 정주리를 선정했다. 특별상인 유현목영화예술상은 청년 영화정신을 가진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부일영화상의 정체성을 보여 준 부문이다. 올해의 후보는 '경주'의 장률과 '만신'의 박찬경,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 김동원이었다. 세 감독 모두 수상 자격이 충분했지만, 한국 독립다큐멘터리를 개척했고, 현재진행형으로 자신의 작업을 진행하여 한국영화사에 뚜렷한 궤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김동원 감독이 지지를 받았다.

부일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과 제작진은 모두 수상자와 대등한 충분한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드리며 수상에서 제외된 분들에게는 격려의 시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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