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를 아우른다' 부산영화협동조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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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스타워즈'의 인기 캐릭터인 3PO와 R2, 최근 1천700만 관객 기록을 세운 '명량'에 사용됐던 갑옷과 투구. 부산영화협동조합 제공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로 열아홉 번째다. 남포동 극장가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BIFF는 세계적 전용관을 갖춘 아시아 대표 영화제가 되었고, 부산의 도시발전 전략에 영화영상산업을 더하게 했다. 그러나 아직 산업의 기반은 약하고, 이제 원도심에서 BIFF는 맛보기에 그친다.

영화소품 전시·플래시몹
BIFF 맞아 본격 활동 시작

이런 현실을 바꿔 보려는 영화인들이 모여 지난 4월 부산영화협동조합(이사장 황의완·사진)을 만들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조합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한 이 단체가 BIFF 기간을 맞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합은 다음 달 1일부터 11일까지 중구 남포동 대영시네마 지하 1층 에잇세컨즈에서 영화소품전시회 '판타스틱 히어로'를 연다. 1천700만 관객 기록을 가진 '명량'을 비롯해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ET' 등 26편의 영화에 등장한 캐릭터 인형인 피겨(figure)와 소품 80여 점이 전시된다.

각 소품과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러들을 미리 섭외해 매시간 관람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는 순서도 마련했다. 하루 10명씩 100여 명이 스토리텔러로 나선다.

황 이사장은 "영화가 그냥 박제로 남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기억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영화로 재해석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한국해양대 배승주 겸임교수는 "BIFF 기간 남포동을 찾는 영화 팬들에게는 빠뜨릴 수 없는 답사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0일 오후 6시에는 비프광장에서 대규모 플래시몹도 한다. 지역 5개 고등학교 학생 1천여 명이 벌써 춤 연습에 들어갔고, 당일 시민, 관광객 등을 합쳐 모두 2천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조합은 예상하고 있다. 부산MBC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빅뱅의 '판타스틱 베이비'가 일제히 비프광장으로 향한 인근 상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춤이 시작된다. 부산을 상징하는 가요인 '부산갈매기'에 맞춘 군무도 이어진다.

황 이사장은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BIFF 행사가 적어 소외된 느낌이 있었는데, 부산을 찾아준 영화 팬과 관광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한판 대동 춤판을 벌여 보자는 의미"라며 "BIFF의 발상지이자 근현대 부산의 향기가 녹아 있는 원도심을 알리자는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조합은 영화산업의 생산과 소비를 아우를 방침이다. 부산에서 촬영되는 영화의 소품과 세트를 직접 제작·조달하고, 개봉 후 해당 소품 경매와 세트장 관광자원 활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또 개봉 영화 시사회나 단체 관람을 지속해 조직된 관객을 키워 낼 계획이다. ▶영화소품전 '판타스틱 히어로'=10월 1~11일 대영시네마 지하 1층 에잇세컨즈. 20명 이상 학생 단체 1인당 3천 원, 3인 가족 5만 원. 051-581-9596. www.bfcoop.kr.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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