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고심 제도 개선과 재판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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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이 24일 공청회를 통해 3심(審)인 상고심 제도 개선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고심 사건 중에서 일반 사건을 담당할 별도의 '상고법원(上告法院)' 설치가 골자다. 아직 최종안 마련을 위해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상고법원 설치 논의에 몇 가지 의견을 더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상고제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및 고등법원 내의 상고부 설치, 상고허가제를 거쳐 현재의 상고심리불속행제도로 정착했다. 상고허가는 소송기록을 검토해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상고할 수 있는 제도다. 상고심리불속행제도는 대법원이 상고에 대해 소송기록을 검토해 본안심리를 계속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 판결로써 결정하는 제도다. 이들 제도 모두 소송기록 검토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대법원에 많은 부담을 주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싶어 하는 소송 당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다뤄야 하는 상고 건 수가 2013년도 기준으로 3만 6천여 건에 달해 대법관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건수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12명에 불과한 대법관 수에 비해 너무 많은 사건이 몰려 제대로 된 심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전체 상고심 기각률 역시 95%에 이르고 있는데 반해 하급심 판결에 대한 상고심 파기율은 5~7%에 지나지 않는다. 현행 상고심 제도의 존재의의를 근본적으로 되돌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날 대법원의 존재의의는 법령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 통일된 법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고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최근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채택해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법원 설치 건의문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 건의문에 의하면, 상고법원이 상고심 중 일반 사건을 담당하고 대법원은 법령의 해석 및 통일, 나아가 정책법원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에 부합하는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소송 당사자 역시 상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상고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령의 해석 및 통일 등의 대법원의 판단이 요구되는 예외적인 사건의 경우에는 대법원에 다시 상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까지 유력하게 논의되어 왔던 상고제도는 상고허가제 내지 상고법원 설치였다. 어떠한 상고제도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나 어느 것이든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와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상고법원의 설치는 상고심에서 재판을 받고자하는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상고법원이 설치되는 경우를 전제로 하여 대법원과의 관계정립 등 구체적인 논의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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