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블: 달콤한 악몽' 나보다 더 유능한 분신이 나타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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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엣나인 제공

만약 나보다 유능하고,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난다면.

리처드 아요데 감독의 '더블:달콤한 악몽'은 도스토옙스키 초기 소설 '분신'을 원작으로 삼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19세기 소심한 러시아 최하급 관리 골랴드킨은 현재 사회 속 우유부단하고 존재감 없는 사이먼(제시 아이젠버그)으로 탈바꿈했다.

영화는 소심한 남자 사이먼의 건조한 일상으로 막을 올린다. 숫기 없고 요령 없는 그는 회사의 상사, 동료는 물론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투명인간 취급을 당한다. 그저 자기 집 창문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사는 사무원 한나(미아 바시코프스카)를 멀리서 지켜보며 짝사랑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먼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지만 외모는 마치 분신처럼 똑같이 생긴 제임스가 회사에 입사해 같이 근무하게 된다. 자신감 넘치는 성격과 섹시한 매력을 가진 제임스는 순식간에 회사의 인기남이 된다. 사이먼은 자신의 삶을 파고드는 제임스에게 위협감을 느끼는데….

영화는 다소 난해하고 어렵다. 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없는 주인공 사이먼의 내면에 대한 시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 자기 삶의 이방인처럼 사는 주체가 어느 순간 낯선 힘에 존재의 기반을 잠식당한다. 원래의 나는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나'가 출현했다는 설정은 일종의 자아분열과 다름없다. 세상 바깥에 내던져진 주인공은 이제 나와도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소설의 원작 속 골랴드킨은 정신병원으로 옮겨지며 끝나지만 영화 속 사이먼은 더 큰 불행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흥미로운 대목은 1970년대 신중현이 만들고 김정미가 부른 '햇님'이 영화의 엔딩곡으로 선택됐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마지막 곡이 한국노래라는 사실에 영화를 본 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관객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25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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