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 속 영화제 - 부일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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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후보작('명량' '도희야' '군도' '변호인') 4편 BIFF 기간 상영

지난해 열린 제22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무대 위에 서 있다. 올해 저 자리에는 과연 누가 서게 될까? 부산일보 DB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베니스로.' 1958년 국내 최초로 제정된 부산일보의 부일영화상이 2008년 부활 이후 올해로 제23회를 맞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다음 날 열리는 부일영화상은 이제 BIFF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화상으로 떠올랐다. 지역과 국경을 초월해 '아시아의 베니스'를 꿈꾸는 올해 부일영화상의 특징과 주요 수상후보 등을 짚어 봤다.


■올해 부일영화상의 특징

무엇보다 부일영화상은 국내 영화계에서 공정한 심사로 정평이 나 있다. 영화평론가와 BIFF 프로그래머, 영화학과 교수 등 6명의 예비심사 위원들이 지난달 13일 모였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7월 말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작품을 추천하고 표결과 협의를 거쳐 본선 진출작을 각 부문별로 5배수씩 선정했다. 2주 뒤 본심에서는 수상 후보작을 놓고 대중성과 예술성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타협이 어려울 때는 심사위원들이 대중성에 중심을 둔 작품과 예술성에 중심을 둔 작품을 각각 수상에 안배했다는 후문이다.

최초 영화상·대표 영화제 만남
예술성·대중성 절묘한 안배
최우수작품·감독상 후보 겹쳐


특히 올해는 부일영화상 수상 후보작 4편이 사상 처음으로 BIFF 기간인 10월 3일부터 6일까지 특별상영된다.

'명량'과 '도희야', '군도' 등 3편은 BIFF에 초청돼 상영되고, '변호인'은 BIFF가 특별 초청해 상영한다. 국내 최초의 영화상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내년부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수상 후보작 상영 확대와 다양한 공동사업이 벌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는 장을 제공해 온 전통은 올해도 그대로 잇는다.

10월 3일 오후 4시 30분부터 해운대그랜드호텔 앞에서는 국내 배우와 감독 등 80여 명의 스타가 레드카펫을 밟는다. 이어 오후 5시부터 2층 대연회장에서 15개 부문에 대한 시상과 축하공연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만찬이 이어진다.

수상자 전원이 참석하는 부일영화상을 보기 위해 부산일보가 독자 100명을 초청하는 공모 이벤트는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주요 수상후보

그랑프리라 할 수 있는 최우수 작품상 후보와 최우수 감독상 후보가 겹친다. 작품성을 담보하는 데 감독의 영향력이 가장 크기에 빚어진 현상이다. 다만 최우수 작품상은 제작사 대표가 받고, 감독상은 감독이 받는 데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운'명량'(김한민 감독·빅스톤 픽처스)과 지난해 말 개봉 후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던 '변호인'(양우석 감독·위더스 필름), 작가주의 계열인 '우리 선희'(홍상수 감독·영화제작전원사)를 놓고 본선에선 막판까지 격론을 벌였다.

남우주연상에는 송강호(변호인)와 최민식(명량),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심은경(수상한 그녀)과 배두나(도희야)가 경쟁을 벌였고, 남우조연상에는 곽도원(변호인)과 이정재(관상)가, 여우조연상에는 윤지혜(군도)와 김영애(변호인)가 2파전 후보에 올랐다.

신인 감독상 부문을 놓고는 정주리(도희야)·김성훈(끝까지 간다)·허정(숨바꼭질) 감독이 치열하게 경쟁했고, 신인 남자연기상은 이주승(셔틀콕)과 임시완(변호인), 신인 여자연기상은 임지연(인간중독)과 천우희(한공주)가 막판까지 경합했다.

고(故) 유현목 감독의 청년 영화정신을 기리며 영화예술의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감독에게 주어지는 유현목영화예술상의 영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관심이다.

2009년 제정 이후 임순례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 강우석·홍상수·오멸 감독이 차례로 이 상을 받았다. 이 밖에 촬영상과 음악상, 미술상에서는 지난여름 개봉한 블록버스터 사극이, 각본상에서는 독립영화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부일영화상의 역사

1958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부일영화상은 16년 동안 한국영화계의 황금기를 함께 보냈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던 당시, 국내 최초의 본격 영화상으로 제정돼 화려한 은막의 스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축제였다. 그것도 수도 서울이 아닌 부산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컸다. 이후 부일영화상은 1960년대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행사의 하나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뉴미디어인 텔레비전보급이 확대되자 TV드라마가 '안방극장'이라는 이름을 얻고, 수도권 집중현상도 심화되면서 결국 1973년 제16회 영화상을 끝으로 중단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그렇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1996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한국 대표 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리고 부산이 영화영상도시로 자리를 굳혀 가자 옛 영예를 되살려 보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결국 중단 35년 만인 2008년 부일영화상은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후 부일영화상은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로, 권위를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영화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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