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피케티 논쟁' 가세…"한국에 맞지 않는 주장"
재계와 학계가 최근 고소득층에 대한 급진적 과세론을 펴 국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피케티 교수가 18일 방한을 통해 다시 한 번 더 이를 강조할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차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16일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피케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피케티 교수는 '21세기 자본론'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1700년대 후반부터 3세기 동안 20여 개국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본 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부의 집중과 소득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고소득층에 대한 급진적 과세를 주장한 바 있다.
재계와 학계는 이처럼 피케티가 노동자 몫의 하락과 소득분배의 악화를 필연으로 보면서 최고 소득세율 인상과 글로벌 부유세를 주장한 데 대해 이날 세미나를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피케티의 논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경제 성장은 기본적으로 기업가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소득분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부원장은 "고율의 누진소득세와 자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처방은 피케티가 의도하는 것과는 반대로 기업가의 투자환경을 악화시켜 그 결과 고용과 분배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금융학회장인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피케티의 논리는 기업가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자본가에게 세금을 더욱 무겁게 물리면 투자가 줄어들어 일자리는 더욱 없어지고 그 결과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한국은 경제성장률과 상관없이 자본 대비 소득의 비율이 꾸준히 상승했는데도 자본소득 분배율은 하락해 소득분배가 개선돼 왔다고 오 교수는 주장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도 자본세 부과→자본수익률 저하→경제성장률 하락→자본 소득 감소→국가경제 퇴보의 도식이 성립될 수 있다며 피케티의 주장은 한국의 자본 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계속 성장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은 경제철학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피케티의 경제철학이 국내에서 호소력을 얻게 될 경우 한국의 성장신화는 우리 시대에서 멈추고 말 것"이라고 단언했다. 배동진 기자 djb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