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칼럼 '판'] 부산만의 공연 제작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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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사회적 기업 (주)문화콩 대표

좋은 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공연기획 일을 시작한 지 벌써 19년 차다.

오랜 시간 이 일을 해 오면서 머릿속은 늘 전쟁이지만 부산 공연시장이 갖고 있는 가능성 때문에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산은 문화의 불모지가 결코 아니다.

부산은 연극 춤 음악 장르에 문화예술 창작자 개개인의 에너지가 강한 도시다.

단지 작품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오랜 역사에 비해 문화판의 제작과 유통 기반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단기간 저예산으로 계획된 무대는 실패로 귀결되고, 많은 작업자들이 성공의 무대를 찾아 부산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추진했지만 진행과정에서 무산됐고, 영화의전당에서 야심 차게 제작한 뮤지컬 '친구'도 실패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에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흥행 레퍼토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도박과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도 서울에서 스타 캐스팅으로 승부를 건 작품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흥행작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꾼들의 무대를 담아낼 제작시스템 구축과 장기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제작운영을 책임질 제작프로듀서, 홍보마케팅 전문가도 더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

부산에 취약한 분야는 서울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고, 지역 작업자들의 실력을 충분히 녹여 낼 수 있는 부산만의 공식을 만들어야 하겠다.

부산은 서울 대학로처럼 공연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산시는 관객 개발을 위해 공연시장의 구조적인 해결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서울작품이냐 부산작품이냐'보다는 '돈을 내고 볼 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부산 작품에는 필히 '부산 야구'처럼 불이 붙을 것이라 본다.

올해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공연예술에 대한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고 향후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 꿈꾼다.

아름다운 바다를 가진 해양관광도시 부산, 창작자의 끼가 넘치는 도시 부산에서, 부산 특성을 살린 공연장, 부산에 와야만 볼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꿈을 펼쳐 보자!

조은아 사회적 기업 (주)문화콩 대표 1996년 공연기획자 활동을 시작해 부산과 서울에서 공연 기획·제작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2011년 ㈜문화콩을 설립해 다양한 문화콘텐츠 제작과 예술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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