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발칙하게… 가을 스크린 '금기의 색'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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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독:중독. 케이알씨지 제공

영화마을의 가을은 '노출의 계절'?

사극과 액션 일변도의 극장가에 색(色)으로 치장한 작품들이 잇따라 선보인다. 윤여창 감독의 '욕망의 독:중독'과 김호준 감독의 '레쓰링'이 화제의 작품. 섹슈얼 스릴러와 섹시 코미디로 외피를 두른 두 작품에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배우들의 전라 연기가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때론 화끈하고 때론 발칙하게 육체의 향연이 펼쳐진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욕망의 독:중독'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위험한 사랑

■내면의 상처 지닌 의사와 치명적 매력의 환자


비수기에 개봉 날짜를 택했지만 '욕망의 독:중독'은 촘촘히 짜여진 시나리오와 감각적인 연출, 홍경인과 김선영이라는 뛰어난 배우 덕택에 모처럼 근사한 섹슈얼 스릴러가 빚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는 내면의 상처를 지닌 정신과 전문의가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미녀 환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경찰 출신의 정신과 의사 준상(홍경인)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있다. 과거 부인이 괴한에 강간당하고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 그런 준상 앞에 매력적인 여인 지수(김선영)가 환자로 찾아온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 셋이 모두 죽었다는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는 말로 준상을 유혹한다. 애처로운 그녀를 지켜보던 준상은 깊은 육체적 관계를 맺으며 지수의 마음속으로 들어간다. 한편 최근 발생한 재벌의 자제 살인사건에 지수가 연관돼 있음을 알아차린 준상의 경찰 후배인 여 형사가 찾아와 진료기록을 요청한다. 준상과 지수의 위험한 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영화는 의사와 환자인 두 주인공을 내세운 채 두 사람이 안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의사 준상은 자신의 집에 침입한 괴한에 의해 강간당한 부인이 끝내 자살하자 끔찍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지수 역시 어린 시절 입양된 이후 양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한다. 그녀의 오빠 역시 감시자를 자청하며 끈질기게 주위를 맴돈다.

특히 성폭력에 시달리던 지수의 어린 시절을 간간이 영화에 삽입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때문에 과거의 아픈 상처를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의 농염한 정사신은 꽤나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가학성과 관음증을 다루고 있지만 기존 작품과는 차별성을 띤다.

'재발견'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홍경인은 성숙하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등을 통해 일찌감치 '천의 얼굴'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이 없어 존재감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역시 홍경인'이란 찬사를 이끌어 낸다. 극 중 지수 역을 맡은 김선영의 연기는 물론 야하다. 브래지어도, 팬티도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연기를 펼친 것. 앞서 영화 '화려한 외출' 등을 통해 '섹스 심벌'이란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에는 섬세하고 매혹적인 내면 연기로 '김선영의 진화'를 엿볼 수 있었다. 18일 개봉.


레쓰링. BoXoo 엔터테인먼트 제공
'레쓰링'
괴짜 교수와 당돌한 여제자 '러브 매치'

■여자와의 관계 통해 예술적 영감 얻는 '괴짜 교수'

한동안 한국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다가 이내 종적을 감췄던 섹시 코미디가 다시 영화마을을 찾는다. '색즉시공' '구세주' 같은 작품을 통해 '코믹연기의 대가'란 별칭을 얻은 최성국을 전면에 내세운 '레쓰링'이 그 주인공.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는 한 괴짜 교수가 첫눈에 자신의 난봉기를 사로잡은 진짜 사랑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다.

대학교 사진학과 교수인 해주(최성국). 작품을 위해서라면 여자들과의 짜릿한 교감은 필수라며 제자인 은희(송은채)와 위험한 동거도 불사한다. 이들 사이에 육감적 몸매를 자랑하는 생활체육학과 교수 신혜(하나경)가 나타난다. 신혜를 보고 첫눈에 반한 해주는 그날로 은혜를 정리하고 멀고 먼 여정 끝에 신혜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스토커가 등장해 둘 사이를 방해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신부' '제니, 주노'의 김호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레쓰링'은 시작부터 발칙함과 섹시함을 주무기로 삼는다. 교수와 제자의 동거라는 위험한 상황을 스크린에 펼치는 것. 강은비로 활동하다가 이름을 바꾼 송은채는 그동안 교복 입은 학생 역이 단골이었지만 이번엔 대학생이 되면서 교복을 벗었는데 그만 스승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 

'코미디는 역시 최성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속사포 코믹 대사가 줄을 잇는다. '구세주2'에 이어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지만 그의 장기는 전혀 녹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섹시 코미디로 전환되는 지점은 하나경이 맡은 여교수 신혜의 등장부터다. 자신의 강의에 쓸 사진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간 해주에게 강한 이끌림과 설렘을 느끼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레쓰링 말고, 진짜 사랑을 하고 싶다" 며 질펀한 애정행각을 펼치는 것. 실제 요가로 몸매를 다진 그녀는 극 중 실루엣 요가를 선보이자 난봉꾼 해주가 아이스크림을 코에 묻힌 것도 모른 채 넋이 나갈 정도로 정신을 훔친다.

이뿐 아니다. '탄력 있는 하체와 복근 만들기 헬스'라는 카피와 함께 몸에 꽉 끼는 타이즈을 입고 러닝머신을 하는 모습이나 짧은 바지로 드러난 허벅지, 섹스를 연상케 하는 야릇한 커플 운동 등을 풀어 놓자 해주는 연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최성국의 코믹 연기가 폭소를 유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여기에 해주의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흥신소 직원과 신혜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학과장 등 소소한 에피소드 역시 웃음폭탄을 터뜨린다. 모처럼 부담 없이 웃고 즐길 만한 섹시 코미디다. 11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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