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3-가족과 함께] 숲 속 동물원·철새 탐방…'에코도시 부산' 행복 나들이
입력 : 2014-09-04 07:57:26 수정 : 2014-09-05 09:13:56
지난 4월 개장한 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의 밤은 색색의 빛으로 현란하다. 강선배 기자 ksun@시리도록 파란 하늘. 먼 산 위 뭉게구름. 소스라칠 듯 선선한 바람 끝. 38년 만에 찾아온 이른 추석이라더니 며칠 새 가을이 완연하다. 아들네 딸네 맞을 생각에 세상 모든 어머니의 얼굴에 보름달이 떴다. 고향 가는 길이 고돼도 고향 가는 마음이 언제나 포근한 건 그 보름달 때문이지 싶다. 추석 연휴가 나흘일지 닷새일지, 혹은 어디서 보낼지는 제 처지 따라 다를테다. 어떤 이는 해외로 떠날 테고, 또 다른 이는 꿈결에 스쳤던 시골에 머물 테다. 그러나 어디 떠나가는 사람만 있을까. 꼬박 부산에서 지내야 할 가족 또한 적지 않을 터. 연휴 기간 가족이 함께 즐길 부산의 명소를 둘러봤다.
■부산진구 삼정더파크
편백나무 숲 속 지역 유일 동물원
휘황찬란한 야경의 빛 축제 '한창'
삼정더파크는 지난 4월 개장한 동물원이다. 70~80년 된 편백나무 숲에 폭 안겼다. 시간 읽히는 숲의 정취는 용인 에버랜드 관계자가 감탄하고 돌아섰을 만큼 충분히 아름답다.
삼정더파크는 크게 워킹 사파리(Walking Safari)와 하늘목장, 두 구역으로 구분된다. 워킹 사파리는 코끼리, 호랑이, 사자, 기린을 양쪽으로 구경할 수 있는 관람로다. 둘러보는 동선이 간결한 편이다. 하늘목장은 상대적으로 흔한 동물뿐이지만 거북이나 토끼, 병아리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코끼리 방사장 왼쪽 포레스트존은 편백나무 빽빽한 숲이다. 7천 평쯤 된다. 그늘 그득한 숲 벤치에 앉아 깊은 숨 들이켜다 기분 좋은 숲 바람에 붙들려 시간 뺏기지 싶다. 야간엔 안전문제로 통행이 제한되는 게 다소 아쉽다.
곰 방사장 옆 화장실 세면대는 크고 작은 볼일 없더라도 한번쯤 가 봐야 할 의외의 포인트다. 거기서 손 씻다 히말라야곰이 노려보는, 가슴 쓸어내리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세면대 거울 두는 자리가 유리통창이어서다. 창 건너편이 히말라야곰 방사장이라 그 녀석과 두 눈이 마주칠 기회가 드물지 않다. 화장실 건물 덱(deck)은 히말라야곰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리인데, 역시 생략하면 아까운 코스다.
삼정더파크 최고 스타는 아무래도 대형 산양인 바바리양이 아닐까. 지난 5월 떠들썩했던 탈출소동의 장본인이다. 표지판엔 '바바리양 탈출 스토리: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적혔다. 바바리양 새끼인 '양동이' 탈출부터 양동이 아빠 양이 부산 연제구 거제시장의 한 아파트에서 발견되기까지의 전모를 짤막하게 담고 있다.
하늘목장 가는 길에 '로프 사파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물망을 타고 언덕을 등반하고, 그물망 장애물을 통과하는 일종의 어드밴처 놀이터다.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그 뒤편 경사지엔 흙 썰매장도 있다. 두 군데 모두 아이들이 줄을 서는 장소다. 아이들은 몸으로 구경한다는 말이 실감날 게다.
지난달 8일부터 야간 개장을 시작한 삼정더파크의 밤은 색색 빛으로 황홀하다. 수십만 개의 주미나리에가 숲속 동물원을 밝힌다. 주미나리에는 동물원(zoo)과 조명 축제를 뜻하는 루미나리에(luminarie)의 합성어. 루미나리에 수준이 최정상급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러나 숲 속 밤 하늘에 불빛 한점 반짝여도 설레기 마련이니, 수준은 상관없지 싶다. 주미나리에는 매표소 입구부터 하늘목장까지 이어진다.
주미나리에 점등을 신호로 숲속 동물원은 마법에 걸린 듯 깨어난다. 한낮 나른하게 움직이던 동물이 돌연 활기를 띤다. 야행성 습성 때문이다. 시베리아호랑이 눈빛이 살아나고 국내 유일의 흑표범 '우르'가 어둠 속에서 어슬렁거린다. 꽤 위압적이다. 우르는 삼정더파크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하는 그 녀석이기도하다. 울음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사육사들이 관람객에게 당부할 말이 있단다. 야간 관람 에티켓이다. "플래시, 먹이 투척, 소리 절대 금지하세요. 동물이 놀라고 배탈 날 수 있어요."
삼정더파크 요금은 어른 1만 9천 원, 청소년 1만 7천 원, 어린이 1만 5천 원. 야간(오후 5시~오후 10시) 이용 땐 30% 할인된다. 연간 회원은 4인 가족 25만 원. 문의 051-811-8800.
■해운대구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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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쿠아리움이 자랑하는 최고 인기 쇼 '상상초월 상어피딩타임'. 부산아쿠아리움 제공 |
해양 생태계 보호시설로 새 단장
상어 먹이주기 공연 놓치면 손해
부산아쿠아리움은 지난 7월 단순한 수족관에서 해양 생태계 보호시설로 새 단장됐다. 이름도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으로 리브랜딩했다. 전시와 해양교육을 접목한 게 눈에 띈다.
기존의 시설에 보강된 게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게 상괭이 병원이다. 토종 고래인 상괭이는 '웃는 고래'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남·서해가 최대 서식지다. 안타깝게도 매달 100여 마리가 잡혀 죽어간단다. 상괭이 병원은 현재 3마리를 치료 중이다. 동백과 바다, 그리고 오월이가 그 녀석들이다. 동백이와 바다는 지난해 12월 구조됐다. 나이는 4세쯤. 거제 이수도에서 정치망에 걸려 사투를 벌이다 어민 신고로 구조됐다. 동백이는 조심성이 많은 반면, 바다는 활력 넘치고 힘이 세다. 이 둘은 매일 열빙어를 2㎏쯤 섭취하고 종합비타민과 영양제를 맞고 있다. 조만간 고향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동백이와 바다는 '샤크 워크'라는 투명 아크릴 바닥 아래에서, 오월이는 상괭이 병원 메인 수조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상어 난파선도 새 시설이다. 실내를 상어공격에 파손된 배처럼 꾸며놨다. 여기서 하루 4차례 상어쇼가 열린다. 아쿠아리스트가 등장해 율동과 함께 녹조와 적조를 설명한다. 아이들 호응이 상당하다. 상어 난파선 옆 개복치는 수족관 보유어종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 둔하게 생겼다. 그런데 성질머리가 외모와는 완전 딴판이다. 스트레스 잘 받고 빛에도 꽤나 예민한 녀석이다.
'상상초월 상어피딩타임'은 놓치지 말자. 낮 12시와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 공연이 이뤄진다. 상어에게 먹이 주는 시간이다. 아쿠아리스트가 상어의 먹이 반응 속도를 통해 그 녀석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상어는 야행성이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거의 반수면 상태로 유영한다. 그리고 밤엔 같은 수조 내 물고기까지 먹어 치운단다. 공연 10분 전, 양쪽 모니터로 관람객을 클로즈업한 뒤 진행되는 포옹하기와 뽀뽀하기 이벤트가 유쾌하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이용 요금은 대인 2만 4천 원, 소인 1만 8천원. 연간 회원은 4인 가족 22만 원. 문의 051-740-1700.
■사하구 낙동강하구에코센터 |
전면 유리창 너머로 을숙도 습지를 감상할 수 있는 낙동강하구에코센터 2층 탐조전망대. 임태섭 기자 |
붉은 빛살 해 질 녘 정경 단풍보다 고와
전망대서 보는 습지 풍경에 가슴 '뻥'을숙도엔 가을이 와 있다. 길섶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강변에선 띠가 서걱거리며 물결을 친다. 갈대와 억새가 무리 이뤄 벌써부터 가을 군무를 펼치고 붉은빛이 잔물결에 산산이 부서지는 해질녘의 낙동강은 언제나처럼 곱다. 노을이 절정을 넘어 아득히 사라질 땐 들뜬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추석 갈무리용 장소로 제격이겠다.
이런 을숙도를 즐길 장소로 낙동강하구에코센터만 한 게 없다. 2층에 전시실과 탐조전망대가 있다. 탐조전망대가 압권이다. 전면 유리창 너머 습지 감상만으로도 발걸음이 아깝지 않다. 눈과 가슴이 시원하다. 실시간 모니터는 주변 습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기다. 옥상에 설치된 CCTV를 이리저리 돌려 가면서 원하는 지점을 확대해 비춰 준다. 운 좋으면 텃새로 변한 왜가리나 흰뺨검둥오리를 만날 수 있을 게다. 전시실 또한 찬찬히 훑어볼 만 하다. 낙동강 이야기가 다채롭고 풍성하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면에서 낙동강 옛날 사진을 만날 게다. 사진작가 고(故) 최민식 선생이 렌즈에 담은 작품이다. 십여 점쯤 된다.
을숙도 남단 탐방체험장은 놓치지 말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거기까지 가려면 제법 발품이 든다. 전기차를 이용하시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5차례 무료로 운행된다. 선착순이다. 탐방체험장은 예전에 분뇨 해양투기장이었다. 2005년까지도 그랬다. 그 무렵 우리나라에서 분뇨 해양투기가 금지됐고 쓰임새도 바뀌었다. 탐방체험장이 2012년 들어섰다. 분뇨 담았던 저장시설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분뇨저류시설' 간판이 서 있는 자리다. 1980년대 아무도 받지 않으려는 분뇨를 을숙도가 받아 냈던 역사의 현장인 셈.
탐방체험장 옥상 전망대에서 앞바다를 굽어보면 갈대밭이 보일 게다. 을숙도 일대 고니의 최대 서식지다. 새섬매자기가 많아 그 뿌리와 줄기를 주식으로 하는 고니들이 몰려든다. 탐방체험장 1층에 위치한 에코작은도서관을 잠시 들러도 좋겠다. 올 봄에 개설했다. 4천 권가량의 책이 꽂혀 있다. 역시 전면 유리를 통해 하구와 갈대와 철새가 한눈에 들어온다. 책을 읽지 않더라도 운치 있는 도서관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아미산전망대를 추천한다. 사하구 몰운대성당 맞은편 3층짜리 건물이다. 을숙도에서 차로 20분쯤 걸린다. 낙동강하구가 빚어낸 모래톱 향연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미산전망대 자체도 예쁘다. '2011년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받았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용 요금은 무료. 문의 051-209-2000. 임태섭 기자 ts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