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을 사회적기업의 글로벌 허브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조영복 부산대 교수 사회적기업학회장

대학교수라는 직업의 보너스인 방학, 이 기회에 사회적기업을 다시 보고 싶었다. 새로운 배움을 재촉한 건 10여 년 전 사회적기업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적었던 시절의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최근의 뜨거운 움직임에 대한 중압감 때문이었다.

워싱턴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가진 사회적기업 '센튜럴 키친' 방문은 자본주의 성장의 짙은 그늘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청소년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이 그동안 얼마나 탁상행정이었으며, 네트워크화가 되어있지 않는지를 가르쳐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시장지향적 해결책도 보여주었다. 일자리와 청년범죄, 그리고 교육과 환경을 하나로 연결한 사회적기업 사례는 고도성장으로 인해 고통이 가시지 않은 우리에게 사회적기업의 모델과 역할이 어떠해야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언제나 분주한 뉴욕에도 새로운 사회적기업의 흐름이 있었다. 이른바 사회적 금융시장을 위한 출발을 보았다. 무려 100억 원을 사회성과연계채권(SIB;Social Impact Bond)으로 발행한 비영리기관 'mdrc'는 정부의 재정으로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려했던 방식에서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하여 사회적 성과와 연계한 방식으로 발행한 채권과 글로벌 네트워크인 GIIN의 이른바 선한 투자인, 임펙트(영향) 투자는 잊을만하면 터지는 일부 복지기관들의 비리와 비능률이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다.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사회적기업 리더십교육과정은 미국 주류 경영대학이 기업경영을 통한 수익성 추구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할 리더들을 어떻게 양성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했다. 펜실베니아 경영대학의 글로벌 임펙트에 대한 관심은 이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추구는 기업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명제가 되었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서 무엇이 올바른(?) 길인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우리가 늦을 수 없듯이, 자본주의의 열매를 따는 일에는 그들이 앞섰지만 그 그늘의 치유하는 일에는 우리가 늦을 수 없다. 부산이 거대한 건물들의 도시가 아니라 행복하고 머물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면, 남의 잔치를 유치하는 혼례식장이 아니라, 자신의 잔치를 여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어느 곳보다 여건이 좋은 사회적 금융의 꽃, 사회적거래소, 전국 최초로 사회적기업학 석사학위를 할 수 있는 곳,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곳, 지자체 주관의 사회적기업글로벌 토론회가 최초로 열린 곳, 부산은 사회적기업의 수도(首都)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시민이 행복한, 우리의 스토리가 있는, 세계인이 모이는 사회적기업의 중심이 되어보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