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갈치 낚시] 집어등보다 더 눈부신 은빛 갈치, 강태공들 마음 걸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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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 갈치 배낚시는 밝은 집어등을 켜고 물고기를 불러 모아서 하게 된다. 집어등을 켠 낚싯배 주변은 베이트 피시가 몰려들어 갈치가 이를 보고 찾아온다.

이맘때 그리워지는 맛이 있다. 작은 갈치를 뼈째로 썬 갈치회다. 시원한 육수에 갈치회를 조금 넣어 먹는 갈치물회는 또 얼마나 별미인가. 갈치낚시 성수기를 맞아 진해만 갈치 배낚시를 다녀왔다. 낚시도 낚시이지만 자정에 선상에서 먹는 늦은 저녁이 정말 좋았다. 월간 '바다낚시' 남상출 편집장이 '전국 최고의 선상 서비스가 바로 진해 배낚시'라고 한 말은 허튼 것이 아니었다. 진해 대물낚시(055-544-8237)의 골드스타호는 밤바다를 거침없이 달려 포인트에 도착했다.


■진해항 제2부두

널찍한 주차장이 부두와 가까워 차를 대 놓고 짐을 옮기기가 무척 쉬웠다. 진해항 제2부두는 입구를 찾기가 조금 힘들었지만, 항내는 각종 하역 작업을 하기 좋게 만들었는지 꽤나 넓었다. 갈치 낚싯배는 저녁 7시에 출발했다. 앞서 시내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한국조구경영자협회 김선관 회장은 일본에서 온 손님 두 사람과 함께 왔다. 일본 조구업체의 한국 담당 직원들인데 갈치 배낚시 체험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저녁을 너무 느긋하게 먹은 탓인지 부두로 돌아오니 배는 갈치 낚시꾼들로 이미 만선이었다. 대구에서 온 사람도 있었지만, 부산 거주자들이 가장 많았다. 7월부터 11월까지가 진해만 갈치낚시 시즌이다 보니 휴가철에 이를 즐기러 온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어둠이 일찍 왔다. 흐릿한 하늘과 바다 빛이 하나가 될 때쯤 배는 작은 섬 끄트머리에 닻을 내렸다. 진해만 갈치 낚싯배는 보통 앞뒤의 두 닻을 모두 내린다. 먼바다에서 행해지는 대물 갈치낚시는 풍닻을 내려 조류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면서 이뤄지는 반면에 진해만 갈치낚시는 배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부터 달랐다. 이 방식은 물고기가 잘 물어주는 포인트를 찾을 때 대박이 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다시 포인트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베테랑인 이동일 선장은 배를 섬 가까이 바싹 대더니 닻을 능숙하게 내려 배를 고정시켰다. 흔히 큰 낚싯배에는 사무장이 있어 선장을 돕는데 골드스타호의 사무장은 이 선장의 부인인 박순례 씨다. 싹싹한 서비스가 살가웠다.


■초리도 포인트

작은 섬은 초리도였다. 초리도는 진해항에서 불과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풍광이 아름답고 물밑 경치도 훌륭해 스쿠버다이버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졌다.

초리도 끝에 자리를 잡은 배는 조도가 매우 강한 집어등을 켰다. 전구 바로 아래에서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불빛을 보고 날아온 매미와 노린재가 허가 없이 승선을 하려고 애를 썼다. 

물결채비로 갈치를 낚은 일본인 아라키 가즈노리 씨.
일본에서 온 야마시타사의 한국 담당 아라키 가즈노리 부장은 다양한 루어 채비를 갖추고는 하나씩 돌려가며 낚시했다. 첫 고기는 우리나라 낚시에 익숙한 김선관 회장이 걸어냈다. 김 회장은 라이트 지깅에 사용하는 메탈지그를 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지그헤드에 웜 채비를 달거나, '물결 채비'라고 해서 트래블훅이 웜 아래에 달린 채비를 사용했다.

"제가 미리 낚시점에 가서 채비 정보를 들었죠. 어제 낚시를 한 사람이 메탈 채비의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김 회장은 채비 덕택인지, 실력 때문인지 연신 갈치를 걸어 냈다.

갈치는 풀치라고 하기엔 어색하고, 그렇다고 갈치라고 하기에도 좀 아쉬운 크기였다. 손가락 두 개 반 정도. 아무래도 내만 낚시이다 보니 씨알이 굵지 않았다. 가끔 세 지짜리 '대물'(?)도 나오긴 했다.

아라키 부장은 작은 웜이 달린 물결 채비를 고집해서 몇 마리째 갈치를 걸어 냈다. 갈치가 걸렸을 때는 특유의 감탄사를 섞어 낚시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니 일본의 낚시인들도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 고기가 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말이다.


■자정에 먹는 성찬

잘 흐르던 조류가 기운을 잃었다. 입질이 뚝 끊겼다. 이 선장이 닻을 올렸다. 이번에는 해양공원 앞바다로 이동했다. 하지만 입질이 신통찮았다. 다시 초리도 뒤편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입질이 좋지 않았다.

모두들 하품을 해댔다. 4시간 이상을 흔들리는 배에서 낚시를 했고, 시간은 어느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박 사무장이 와서 일행들이 낚은 갈치를 가져갔다. 얼마 후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더니 식사를 하러 들어오라고 했다.

선실로 들어가니 '육·해군'이 출동해 있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에 갈치회와 갈치물회가 잘 차려졌다. 후텁지근한 날씨였는데 물회 한 모금을 떠 먹으니 속이 시원하게 뚫렸다. 얼음도 직접 준비해 와 차가운 물회를 만든 것이다. 갈치 뼈째회는 오직 갈치 낚싯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진미였다.

일본 손님들은 뼈째회는 처음 먹어 본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갈치회는 먹으나 주로 큰 놈을 골라 포를 떠 먹는다는 것이다. 맛이 어떠냐고 물으니 "오이시이!"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배불리 먹었지만 입질이 더 이상 없어 모두들 무료해졌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치달렸다. 이 선장이 결단을 내렸다. "한 30분 이동하겠습니다. 모두 선실로 들어와 주세요."

거제도로 간다고 했다. 차로 이동하려면 거제도는 꽤 먼 곳이나 배로 가니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칠천도 끝 지점에 배를 정박했다. 집어등을 켜 주위가 환해지니 숭어가 풀쩍 뛰었다. 갈치를 노리는 사람들은 주로 두 대의 채비를 이용했다. 하나는 꽁치를 미끼로 쓰는 장대 낚시였고, 또 하나는 루어 채비였다. 루어의 조과가 좋아 오히려 루어 낚시에 더 치중하고 있었다.

모두를 먹일 갈치를 낚았고, 칠천도로 이동해서도 또 그만큼을 더 잡았다. 철수를 하면서 눈꺼풀이 자꾸 무거워졌지만 멋진 성찬을 받은 덕택에 마음만은 상쾌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물결채비


갈치는 스푼, 웜, 메탈지그 등 각종 루어 채비에 다 잘 낚인다. 그렇지만 갈치를 낚는 루어 낚시인들 누구나 말만 들으면 '아하~' 하고 알아듣는 채비가 있다. '물결채비'다. 물결채비는 지그헤드와 웜, 트래블 훅의 결합체다.

물결채비에는 고안자의 이름이 담겼다. 인터넷 루어낚시 동호회 '바다루어닷컴'이라는 카페에서 활동하던 '옥색물결'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처음 만들어 사용했다.

갈치는 물속에서 '1'자로 서서 먹이 사냥을 하기 때문에 물밑에서 위쪽으로 입질을 한다는 것. 그래서 보통의 바늘이 물 위로 나 있는 것과 달리 채비의 아래쪽을 향하고 있어야 걸림이 잘 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루어 낚시를 하며 이 같은 갈치의 사냥 습성을 알고 있던 '옥색물결'은 이를 응용해서 기존 지그헤드의 바늘을 거꾸로 돌려 자작 채비를 완성한 것. 이 채비가 특히 진해만 갈치 배낚시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자작해서 쓰는 사람도 있고, 어부공방의 '갈치왕'처럼 상품화된 것을 사서 쓰는 사람도 있다.

갈치를 잘 낚으려면 물결채비를 제대로 쓸 줄 알아야 하는데, '폴링&슬라이딩' 액션과 다트액션(화살처럼 빠르게 아래위로 직선운동을 하는 액션)을 번갈아 구사하면 조과가 좋다.

보통 2~3회 다트액션을 한 뒤 천천히 폴링 동작을 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물결채비를 처음 만든 '옥색물결'님은 고인이 되었다. 하지만 물결채비가 남아 낚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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