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발(發) 대일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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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국 동서대 총장

지난 8~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제22차 한일포럼에 다녀왔다. 한일포럼은 1993년 김영삼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설치하기로 합의한 한일 민간 대화채널이다.

최근 한일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회의는 시종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특히, 양국간 최대 현안인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했다. 일본측은 1995년 공적자금을 상당히 투입하여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하였고, 당시 총리는 사과 서신을 전달 등 나름 노력을 했는데 한국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간 일본이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는 식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반해 한국측은 피해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사과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면서 빠른 시일내에 일본 정부가 결단을 내려 결자해지해야한다고 주장을 했다.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양국관계가 간단히 회복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포럼은 회의 마지막날 두 개의 '부산발' 항목을 포함한 '후쿠오카 공동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하나는 현재 한일 민간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공동등재' 노력에 대한 지지와 관심 표명이었다. 최근 부산과 큐슈지역의 민간인들이 중심이 되어 공동추진위원회와 학술위원회를 발족하였다. 2016년 3월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목표로 뛰고 있다. 이러한 지역 차원의 움직임에 대해 한일포럼이 성명을 통해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은 앞으로 국가차원에서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다.

또 하나는 부산과 후쿠오카가 그간 담론화 해 왔던 초국경경제협력체 구상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관심의 요청이다. 그간 부산과 후쿠오카는 2006년 발족한 '부산-후쿠오카 포럼'을 중심으로 양 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엮어 초국경경제협력체를 만들자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 오고 있다. 부산이 문화 컨텐츠와 관련한 창업도시를 표방한다면, 후쿠오카와 함께 '국제창업특구'를 구상해 보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 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던 그간 부산이 중심이 되어 다듬어 온 담론이 한일포럼을 통해 중앙의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과거사 문제로 얽혀 있는 한일관계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반목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주장 할 것은 지속적으로 주장하되, 조선통신사와 같은 '긍정적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양국간 우호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또한 '부산-후쿠오카 초국경경제협력체' 구상과 같은 미래지향적 사업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의 기억'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과거와 미래의 긍정적 기억을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이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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