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쇼루밍? 모루밍? 크로스오버 쇼핑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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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서 '찜'하고 온라인 결제 '클릭'… '똑'소리 나는 소비

롯데백화점 광복점 아쿠아몰 7층 '코오롱스포츠'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스마트픽'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 '롯데닷컴'으로 주문한 상품을 찾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사례1-직장인 A 씨는 최근 구두를 사기 위해 백화점 매장에 들렀다. 그는 눈에 띄는 대로 이것저것 신어보며 사이즈가 맞는지, 착화감이 편한지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덕분에 마음에 꼭 드는 신발을 찾았지만, 실제 구입은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A 씨는 인터넷을 통해 최저가 검색을 한 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3만 원가량 싼 가격에 같은 신발을 주문했다.

#사례2-여대생 B 씨는 백화점 매장에 들러 신상품 의류를 둘러보는 게 취미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옷 입어보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지갑은 열지 않는다.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눈여겨봤던 옷을 검색해 본다. 각종 할인 쿠폰을 동원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원하던 옷을 살 수 있을 때 모바일 결제를 하는 게 B 씨의 쇼핑 스타일이다.


■당신도 '크로스오버 쇼퍼'인가요?

A씨와 B씨는 전형적인 '쇼루밍(showrooming)족(族)'이다.

백화점서 상품 꼼꼼하게 확인
살 땐 인터넷·모바일 최저가로
'쇼루밍족' '모루밍족' 늘어 

온라인 살펴보고 매장서 구입
'역쇼루밍족'도 트렌드 형성 

백화점선 온·오프라인 연계
온라인몰 서비스 늘려 대응


'쇼루밍'이란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본 뒤 실제 구매는 온라인을 비롯한 다른 유통경로로 하는 것을 뜻한다. 백화점이나 로드숍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 마치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 쇼룸(showroom)처럼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B 씨와 같은 소비자는 '모루밍(모바일+쇼루밍)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모바일로 구매한다는 뜻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 확대로 급증하는 '쇼루밍족' 때문에 최근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 관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실컷 입어보고 만져보고 난 뒤에 '다음에 올게요' 하고 가버리는 젊은 고객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속은 상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게 실속 쇼핑이기 때문에 얌체라고 탓할 수만도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역(逆)쇼루밍족'도 있다. '역쇼루밍(reverse-showrooming)'이란 상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습득하고 실제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을 말한다.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사용 후기를 보고 구매 의사를 갖게 됐거나 상품 관련 정보를 온라인에서 미리 찾아본 뒤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바로 '역쇼루밍족'이다. 온라인 쇼핑몰로 큰 성공을 거둔 뒤 백화점에 입점하는 일부 브랜드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런 '역쇼루밍족'이다.

이처럼 상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행위를 '크로스오버 쇼핑'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책을 살 때 인터넷이나 SNS로 서평을 검색해 보고 서점에서 가서 사는 사람은 '역쇼루밍족', 반대로 서점에서 책을 살펴본 뒤 실제 구입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하는 사람은 '쇼루밍족'이다.

자영업자 김영경(40·부산 금정구) 씨는 "요즘은 홈쇼핑 채널에서 상품에 대한 시연 등을 자세히 살펴본 뒤 물건 구입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검색을 통해 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크로스오버 쇼퍼'를 잡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닷컴'과 연계한 '스마트 픽(smart pick)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롯데닷컴'에 올라 있는 백화점 상품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결제한 뒤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매장을 방문해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의류의 경우 주문한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 보고 난 뒤 컬러나 사이즈 교환, 수선까지 할 수 있어 편리하다. 현재 부산지역에서는 롯데 광복점이 실시 중이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박동균 영업총괄팀장은 "기존 온라인 쇼핑의 택배 서비스에 불편함을 경험한 고객들의 반응이 특히 뜨겁다"며 "앞으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변하고 있는 쇼핑 행태에 맞춰 다양한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온라인 프리미엄 쇼핑몰인 '엘롯데'도 운영 중이다. 백화점 동일 상품을 매장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쿠폰 발송 같은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가 하면, '모루밍족'을 잡기 위한 모바일 앱 서비스도 하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초 그룹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열었다. 신세계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등 기존 온라인몰을 모두 통합시켜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전략에서다.

신세계 센텀시티의 경우 이 같은 통합 온라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올해 온라인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30% 신장한 290억 원으로 잡고, 온라인 전담팀 운영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 매출이 25% 이상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앱 럭키타임'이라는 시간대별 프로모션을 전개 중"이라며 "모바일 앱 매출 비중이 전체 온라인 매출의 30%를 넘길 정도로 빠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어 모바일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서점들도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바로드림'은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1시간이 지난 뒤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주문은 10% 정도 저렴한 모바일로 하고, 1~2시간 뒤 해당 서점에서 책을 찾아가는 소비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최근 백화점에선 일명 `쇼루밍족`들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꺼내 상품 가격을 온라인과 비교해 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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