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선거 패러다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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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내세운 거물 지고 '바닥' 훑은 지역밀착 후보 전성시대

1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정치를 바꾸는 혁신' 세미나에서 이준석(오른쪽 2번째)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7·30 재보궐선거가 선거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거물급이라는 간판만 달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보다 지역 유권자와 함께 호흡해온 지역 밀착형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의 대선주자급인 손학규(경기 수원병) 김두관(경기 김포시) 후보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경기 수원정) 후보가 줄줄이 낙마했다.

수원병 김용남·김포 홍철호
지역 기반 바탕 '금배지'

호남 교두보 與 이정현도
자전거 투어로 민심 얻어

전략공천 손학규·김두관
이름값 믿었다 패배 쓴맛

지역주의 강한 부산 정치권
희망과 과제 동시에 안겨

경기 수원병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를 꺾은 새누리당의 김용남 의원은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고를 졸업한 토박이 정치 신인이다. 또 경기 김포에서 김두관 후보에게 패배를 안긴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 역시 김포에서 태어나 김포상공회의소 부회장, 새누리당 김포시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지내 김포에서 잔뼈가 굵었다. 이름값만 믿고 명분도, 연고도 없는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민심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반면 전남 순천·곡성에서 소선거구제 도입 후 26년 만에 처음 금배지를 단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지역 발전론으로 공고한 지역주의 벽을 넘었다. 그 역시 서울 동작을 공천을 노리다 지역으로 내려간 전력이 있긴 하지만 곡성 출신의 연고로 선거운동기간 내내 지역을 낡은 자전거 한 대로 샅샅이 훑으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여기다 박근혜정부 실세답게 '예산 폭탄론'으로 지역 발전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부산 해운대기장갑 지역구의 공천과정도 이 같은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무려 15명이 몰린 공천경쟁에서 해운대구청장 10년 경력을 내세워 티켓을 따냈다. 당초 이 지역은 10년 구정을 이끈 배 후보에 대한 피로감과 연령 등을 고려해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전략공천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배 의원은 지역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략공천설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지역밀착형 후보들이 당선증을 거머쥠에 따라 상향식 공천에 대해 철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원칙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 19대 총선에서 연거푸 공천을 받지 못한 김 대표는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공천은 사천"이라고 할 만큼 내려꽂기식 전략공천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왔다. 김 대표는 기회있을 때마다 "아무리 정치 신인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뿌리를 두고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7·30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김 대표의 당내 입지가 확고해진 만큼 1년 8개월 후 치러질 20대 총선에서는 상향식 공천제가 확실하게 뿌리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역밀착형 후보 전성시대는 지역의 야권에게도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진갑 김영춘, 사하갑 최인호, 중동구 이해성, 남구을 박재호, 북강서갑 전재수 등이 거듭된 낙선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상주하면서 표밭을 일구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이 지역을 소홀히 하거나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이들 야권 정치인들은 얼마든지 대안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거듭된 실패에도 꿋꿋이 지역을 지켜온 진정성을 유권자들이 평가한다면 20대 총선에서는 부산에서 새누리당 아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국회의원도 "부산은 새누리당 일당독점의 둑이 터지기 직전의 상황"이라면서 "전남 순천·곡성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부산의 현역의원도 지역주의에 기대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의 대권후보인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인 사상구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 지역에서는 문 의원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시의원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 당선됐다. 지역에서는 "지역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한 문 의원이 차기 총선에서 다시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을 만큼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들려온다.

 노정현 기자 jhno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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