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리적 영향 '매미' 이후 태풍 피해 '무풍'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남쪽이나 동쪽으로 불면 일본이 막아주고… 북서쪽으로 불면 비켜가고…

제12호 태풍 '나크리(NAKRI)'의 서해 방향 북상으로 2~3일 남부지역에 큰 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산지역은 지난 2003년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 이후 10년간 큰 태풍 피해가 없어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부산지역이 그동안 큰 태풍의 피해를 덜 입은 것은 '지리적 이점'의 영향이 가장 크다.

최근 부산에 가장 근접했던 태풍은 2010년 태풍 '뎬무'.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3년 만에 한반도에 상륙했던 뎬무는 여수 서남서쪽 30㎞부근에 상륙한 뒤 해안지역을 따라 이동하면서 부산 북서쪽에 영향을 미쳤다. 2012년 경남 통영 서북서 방향으로 40㎞ 부근에 상륙해 내륙을 통과하면서 그 해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꼽혔던 '산바'도 부산에 근접한 태풍에 속했다.

'뎬무·산바' 등 근접했지만
대한해협 통과 태풍 없어
최근 10년 피해 아주 적어


하지만 2003년 전국적인 인명 피해만 130여 명에 달했던 태풍 '매미'에 비하면 이들이 부산에 미친 피해 규모는 미미한 수준. 제주도에서 1일 최대 순간풍속 초속 60m로 역대 최대 순간풍속을 기록했던 매미는 부산에서도 역시 최대 순간풍속 초속 42.7m, 강수량 103.5㎜로 피해 차량만 4만여 대가 발생했다.

1937년∼2013년 사이 역대 1일 최대 순간풍속 5위 안에 든 나리(4위)와 2012년 태풍 '볼라벤'(5위) 역시 부산에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3년 매미 이후부터 11년째 부산은 큰 태풍으로부터 다소 벗어난 셈이다.

부산지역의 태풍 피해가 적은 것에 대해 지구 온난화와 북극 진동 등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지만,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것은 바로 '일본 열도'. 바다 가운데 있는 제주도의 경우 모든 방향의 태풍으로부터 강풍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부산은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경우에만 직접적인 강풍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태풍이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층에 강한 기류가 있거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예 동쪽으로 치우쳐 서풍이 불어줘야 하는데 이 같은 조건을 맞추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태풍이 주로 북상해 서해안 쪽으로 이동하면서 부산에는 남풍이나 동풍이 불어온다. 서풍과 달리 남풍과 동풍은 일본 규슈 등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준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부산의 태풍 피해가 타 지역에 비해 적은 것이다.

국가태풍센터 강남영 팀장은 "부산은 지리적 이점으로 우리나라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경우 피해가 다소 적다"면서도 "그렇다고 올해 역시 태풍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남부지역은 주말인 2∼3일 시간당 40㎜ 이상의 강한 비가 예상된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