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수리 손길'에 희망이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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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민(가명·54·부산 부산진구 개금2동) 씨는 부인, 아들 3명과 함께 40년 된 44.6㎡ 셋집 1층에 산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두 칸짜리 방의 벽은 온통 곰팡이 천지였고, 방안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했다. 이 때문인지 둘째 승호(가명·10)는 연중 천식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을 달고 있다. 보다 못한 박 씨는 동주민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동주민센터는 희망콜기동대에 '긴급도움 요청(SOS)'를 보냈다. 희망콜기동대는 곧바로 5월 중순 안방, 거실, 부엌 쪽 벽을 깨끗한 벽지로 교체했다.

부산진구 전포동의 야산 기슭의 낡은 슬레이트집에 사는 이호준(가명·47) 씨 여섯 가족은 올 초 셋집 주인이 집을 팔면서 거리로 나앉았다. 다행히 버려진 집을 구했지만, 말 그대로 폐가였다. 이 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희망콜이 이달 초 1주일간 천장과 문을 고치고 도배를 실시, 폐가를 깨끗한 집으로 바꿔놨다.

부산진구청 '희망콜' 1년
기초수급자 집 도배·수리
207가구 깔끔하게 손질
'정부 3.0' 우수사례에

희망콜기동대 김봉길(63) 반장은 "작업이 끝난 뒤 어려움에 처한 주민이 웃는 모습을 보면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며 "대원들이 내 가족 일처럼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지자체에서 첫 도입한 집수리 전담 서비스 사업인 '부산진구 희망콜방문기동대'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희망콜기동대는 기초수급자와 저소득 홀몸노인, 장애인 가구 등 취약계층의 집수리와 도배 등 생활불편을 해결해 주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일은 각 동 청년회 등의 봉사활동에 의존했지만, 부산진구청이 처음으로 전담팀을 꾸렸다.희망콜기동대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선발된 주민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이 직접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취약계층의 집을 손질한다.

특히, 이 사업은 지자체가 직접 방문 서비스를 통해 '주거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벌써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지난해 11월엔 '정부 3.0'의 우수 사례로 뽑혔다.

도배팀과 설비팀으로 나뉜 기동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부산진구의 207가구에 도움을 줬다. 도배·장판 수리가 83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충망·문수리도 58건이나 됐다. 현재까지 투입된 예산은 1억 원가량. 신청 가구당 수리액 한도는 50만 원이지만, 이를 초과할 때가 많아 고민이 많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출범 1주년을 맞은 희망콜기동대에 대한 주민 만족도와 개선점을 점검해 앞으로 지원대상 폭을 근로무능력 가구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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