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문 열어놨다가… 절도·성범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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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를 식히려 문을 열어뒀다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열린 문'을 통한 범죄는 수법이 비교적 쉬운 데다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모(54) 씨는 지난 27일 오후 6시 20분께 부산 사상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했다. 더운 날씨 탓에 열려 있던 출입문을 열고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것. 정 씨는 준비한 검정색 비닐봉지 안에 빨래 건조대에 걸려 있던 여성용 속옷 4점(15만 원 상당)을 넣어 달아나다 이를 목격한 이웃 주민에게 발각됐다. 때마침 현장에 있던 경찰은 배 씨를 현행범으로 붙잡았다.

여성 속옷·현금 훔치다 붙잡혀
홀로 노인은 피해사실도 몰라
"외출 땐 사람 있다는 것 알려야"


앞서 지난 26일엔 오후 1시께 한 모(50) 씨 등 여성 2명이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했다. 마침 현관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침입을 위한 별다른 도구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혼자 있던 집 주인 김 모(70·여) 씨는 무더위 때문에 출입문을 잠그지 않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김 씨와 맞닥뜨린 이들은 "선교활동을 하러 왔는데 물을 좀 얻어 마시자"며 주방으로 간 뒤 식탁 위에 있던 현금 5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집에 있던 현금이 없어졌다"는 김 씨의 말을 들은 경찰은 주변에 설치된 CCTV로 두 사람을 추적한 끝에 30일 이들을 검거해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진경찰서 강력2팀 조동주 경사는 "여름철이면 문을 열고 자는 집이 많아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며 "특히 김 씨 같은 노인들은 피의자들의 자백을 받아낼 때까지 절도를 당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 그냥 넘어가기 쉽다"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범죄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엔 주거 침입 발생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나타났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4월 547건, 5월 650건이던 건수가 7월엔 747건, 8월엔 787건으로 급증했다. 무더위에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둔 채 생활하다 범행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심야시간대에는 성범죄 우려도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선 외출 시 가까운 지구대에 신고해 점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잠시 집을 비울 경우에는 이웃 주민에게 알리거나 문단속을 해야 한다고 경찰은 권고한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 밤에 잘 때는 소등하지 않고 현관 불을 일부 켜두거나, 단기간 외출 시에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켜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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