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23명 인문학 강좌 수료 "자존감 높여 새로운 출발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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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에서 열린 홈인 강좌 수료식 모습. 동서대 제공

노숙자나 빈민층에게 인문학을 가르쳐 자존감을 높이고 이를 자활의 원동력으로 삼는 '클레멘스 코스'의 첫 수료생이 탄생했다.

클레멘스 코스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없는 빈민들이 깊이 있게 사고하는 법, 현명하게 판단하는 법을 몰라 자기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의 사회비평가이자 언론인인 얼 쇼리스가 시작한 빈민구제 프로그램이다.

30일 부산 사상구 동서대학교에서 '홈인(Home in)' 강좌를 들은 노숙자 학생 23명의 수료식이 있었다. 홈리스(Homeless)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뜻의 홈인 강좌는 지난 5월부터 노숙인 30명을 모아 매주 수요일 2시간씩 12회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부산에서 이제까지 일회성 인문학 강의는 있었지만 긴 시간을 두고 장기교육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대 인성 재활 프로 '홈인'
30명 시작, 10명은 개근 열정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0명 중 23명이 70% 이상 수업에 참여해 수료증을 받게 됐다. 10명은 수업에 개근하는 열의를 보였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들도 변했다. 부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이하영 팀장은 "노숙자들과 생활하면서 음료수를 받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철학, 역사, 예술 등을 주제로 12회에 걸쳐 이뤄진 인문학 강의의 핵심은 '다르게 생각하라', '당신은 특별하다' 등이었다. 김 모(65) 씨는 "첫 수업에서 '타의든, 자의든 여러분들은 창의적인 방법의 주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노숙'이라는 이름에 한없이 작아지기만 했었는데 그렇게 접근하니 조금은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 수업을 마친 노숙자들은 학사모에 졸업 가운까지 입고 수료장을 받았다. 이 모(63) 씨가 대표로 수료장을 받을 때 학생들은 흡족한 듯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사회자가 수고한 모두를 위한 박수를 요청하자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동서대 남일재 지역사회연구소장은 "노숙자들은 의지와 희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며 이들의 내면이 바뀌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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