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팬의 동선이 죄다 경기장 돼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찾은 경기장 전문가 정성훈

"팬이 버스나 지하철, 차에서 내리는 지점부터가 경기장입니다."

돔 구장과 제2 구장 등 시장 선거에서 부산의 경기장 재배치 논의가 불거진 가운데 국내 최고의 경기장 설계 전문가가 부산을 찾았다.

팬 경험 충족이 설계 포인트
재배치에도 새로운 구상 필요


30일 부산시청을 찾은 정성훈 씨는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경기장 설계 전문회사인 '로세티(ROSSETTI)'사의 한국인 임원. 추신수가 뛰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홈구장 '코메리카 파크'의 리노베이션을 총괄한 바 있다.

부산시가 주관한 '경기장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문가 자문 간담회'에 참석한 정 이사가 강조한 건 '팬 경험'이다. 팬이 경기장을 찾아 어떤 경험을 하고 돌아가느냐를 중심에 두고 경기장의 설계와 리노베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직접 부산 도시철도 3호선을 타고 사직구장을 찾았다는 그는 사직구장에 대한 실망을 표했다. 정 이사는 "팬은 쇼핑객과 달리 편의만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경기장까지의 접근 거리가 가까울 필요는 없어요. 종합운동장역에서 올라와 사직구장까지 가는 길 내내 어떤 것도 '내가 지금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팬 경험을 충족시켜줄 만한 것은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이사가 새로운 팬 경험의 사례로 든 건 신축된 광주의 KIA 챔피언스필드였다. 그는 "골이 들어갈까봐 맥주 한 잔 할 수 없는 축구와 달리 야구는 3~4시간씩 이어지는 경기"라며 "광주구장처럼 매점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등의 새로운 팬 경험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팬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노후화나 안전상의 문제로 경기장을 고치는 한국과 달리 멀쩡한 경기장도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이유로 뜯어낸다는 게 정 이사의 설명이다.

다만 정 이사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거론됐던 돔 구장 건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자신은 돔 구장의 건설에 대해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국 프로야구 30개 구장 중 돔 구장은 단 1개뿐"이라며 "돔 구장의 필요성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과연 우리가 원하는 '드림 필드'는 어떤 구장이며 이 구장에 돔이 과연 필요한가 하는 판단"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 이사는 간담회에 참석한 부산시 관계자들에게 경기장 재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단순 설계만 전문가에게 맡길 게 아니라 입지 선정과 동선 구성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를 참여시켜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