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쿨 맵시 피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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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 산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불과 6년 뒤인 2020년의 '폭염 지옥'을 예고했다. 33도가 넘는 폭염의 지속, 녹조현상 확산과 어류 폐사, 우유·달걀 생산량 급감과 가격 폭등, 전염병 창궐, 전력대란과 교통대란, 찜통더위로 인한 우발적 강력 범죄 증가 등이 그 시나리오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측은 고령화로 폭염에 취약한 노인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2020년 이후 연간 30일 이상 지속되는 폭염으로 한 해 1만 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한반도의 여름은 더 더워지고, 더 길어지고, 폭우도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아열대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변변한 냉방시설이 없었던 시절의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한더위를 이겨냈을까.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은 '더위를 식힐 여덟 가지 방법'이라는 뜻의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를 남겼다. 소나무 둑에서 화살 날리기, 회화나무 그늘에서 그네 타기, 강변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내기 바둑 두기,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쪽 숲에서 울어 대는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에 시 짓기, 마지막으로 달 밝은 밤에 물가에서 발을 씻는 '월야탁족(月夜濯足)'이 그것이다. 대부분 자연과 함께하는 피서법들로, 운치와 풍류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기에 그저 그만이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자연이 자꾸 파괴되어 가는 대신 삭막한 건물만 늘어나는 오늘날의 도시공간에서는 대체로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들이지 싶다.

최근 기업과 관공서에서 시원한 캐주얼 스타일의 복장으로 멋을 낸 '쿨 맵시', '쿨 비즈룩' 참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선현들의 자연 피서법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 나름대로 멋도 부리면서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고 냉방비용을 줄여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볼 수 있으니 1석 3조의 좋은 피서법이다.

백태현 논설위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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