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선임기자의 레드카펫] '인간 김수환' 마지막 3년 기록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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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추기경. 마운틴픽쳐스 제공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요?"

영상 자서전을 수락하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종교계의 존경받는 어른으로서 세간의 평을 모를 리 없는 그가 느닷없는 질문을 던지자 제작진은 이렇다 할 답을 건네지 못하고 당황한다. '그'가 바로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지난 2009년 2월 16일 선종했으니, 그가 떠난 지 올해로 벌써 5년째.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은 그리운 생전 모습과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김 추기경의 인간적인 향기를 담아낸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던 김 추기경의 마지막 3년간의 발자취를 담고자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경북 안동교구의 주임신부로 남몰래 선행을 베풀던 청년기부터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던 말년의 모습까지 버무려 낸다. 자서전 형식으로 방송사와의 인터뷰와 함께 사진, 편지, 가족과 지인들의 증언을 곁들이며 김 추기경의 고단했던 일생을 복원해 내는 것이다.

김 추기경은 천주교를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였지만 그 이면에선 평범한 '인간'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8남매 중 막내였고 키는 170㎝에 혈액형은 AB형. 콧바람 소리가 유난히 컸고 왼쪽 귀가 거의 안 들렸으며 편지를 받으면 꼭 답장을 하는 성격이었다.그를 기억하는 동료 주교는 "남의 의견을 많이 물어 보신다. 어린아이 같이 묻지만 강론을 펼칠 땐 자기 의견에 확신을 가지고 발표한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그가 거쳤던 교구의 신자들은 "유머가 많으셨다" "재밌는 귀신 얘기를 많이 해 줬다" "무섭고 무뚝뚝했다"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살아 오면서 종교인의 표본으로 존경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서 힘없는 이들에게 한결같이 소탈했던 모습이나 타인의 정신을 고양해 주는 고매한 인품,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에선 '추기경 김수환'이 아닌 '인간 김수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연출을 맡은 전성우 감독은 "부풀려지고 포장된 모습이 아니라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가 직접 만나고 보았던 그분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전한다. 영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일주일 앞둔 내달 7일 개봉한다.


김호일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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