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464> 영도 봉래산 야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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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별빛과 도심 불빛… 발길 닿는 곳마다 황홀한 '산상 파티'

해가 떠 있을 때 산에 들었다가 산중에서 일몰을 만났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도심은 화려한 불빛으로 뒤덮였다. 영도 봉래산 자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에 외항의 묘박 상선들과 남항대교 너머 송도가 불빛에 반짝이고 있다.정종회 기자 jjh@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성삼문의 절명시에 등장하는 봉래산은 방장산, 영주산과 더불어 신선이 사는 삼신산(三神山)에 속했다. 각각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을 신령스럽게 부른 것이다. 이 중 봉래산은 특별히 여름 금강산을 이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북녘에만 봉래산이 있는 게 아니다. 부산에도 '신선이 사는 곳' 봉래산(蓬萊山·395m)이 있다. 일제강점기 '말라 버린' 뜻의 '고갈'산으로 왜곡됐다가 제 이름을 되찾은 영도의 봉래산이 그 주인공이다.

등산로-둘레길 촘촘히 잇는 코스 다양
새 야경 명물 부산항대교 제대로 감상
광안대교·달맞이 밤풍경도 한눈에 쏙




  
 

근데, 봉래산 자락에는 실제 '신선'이 지천이다. '새로운 신선'을 맞은 신선동이 산복도로에 걸쳐 있고,'영주산의 신선' 영선동은 사통팔달 요지다. 게다가 '신선이 타는 학'에서 유래한 청학동까지.

여름 봉래산을 해거름에 올랐다. 야간산행을 좋아하는 도시민들이 함께한 길이었다. 북항과 묘박지가 내려다보이는 암릉에 섰을 때 해가 떨어졌다. 적막과 고요 속에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 부산항대교로 화룡점정 된 부산의 야경. 그 어울림에 넋을 잃었다. 한여름 밤 봉래산 숲길에 서 보시라.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른다. 그게 신선놀음이 아니고 뭔가!

■부산 야경의 새 명물 부산항대교 조망

영도는 큰 산이 우뚝 솟은 모양의 섬이다. 막내 봉우리인 손봉(孫峯) 위로 자봉(子峯)과 조봉(祖峯)까지 3대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 손봉(361m)의 남측 사면이 급경사여서 올라서면서 뒤를 돌아보면 중리 앞바다로 곧장 추락할 듯한 아찔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뚫어 내는 재미를 느끼기에 좋다. 자봉(387m)의 정자에 서면 탁 트인 시야 덕분에 북항과 남항, 외항의 묘박지는 물론 멀리 해운대까지 도심을 두루 조망하기에 좋다. 정상은 조봉보다 '할미바위'로 알려졌다.

봉래산은 등산로와 둘레길이 촘촘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어디든 연결될 만큼 코스가 다양한 게 특징이다. 절영해안산책로나 감지해변산책로와 이어지는 경우의 수까지 넣는다면 갈림길은 더 많아진다.

봉래산 야간산행은 부산 야경의 새 명물이 되고 있는 부산항대교를 제대로 바라보는데 주안점을 뒀다. 야간임을 감안해 거리와 시간이 늘어지지 않고, 정상을 거치는 일직선 코스라도 대중교통으로 수월하게 들고나는 걸 염두에 뒀다.

그리하여 영도구 동삼동의 절영종합사회복지관 앞 버스정류소를 기점으로 삼았다. 복지관 옆 숲길에서 입산해서 손봉~자봉~정상을 거쳐 복천사로 내려와서 신선동주민센터 정류소에서 마침표를 찍는 코스다. 이 길은 3.2㎞에 불과해 잰걸음이라면 1시간 30분이면 충분했을 텐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멋진 야경에 멈칫거린 탓도 크지만, 실은 황홀한 별빛과 불빛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산상 파티'를 즐겨서다. 그래도 오후 10시 갓 넘겨 귀갓길 버스에 올라탔으니 '아주 특별한 여름밤'치고는 가뿐한 산행이었던 셈이다.

■하늘 별빛, 도심 불빛으로 산상 파티

평일이던 지난 22일 오후 6시. 부산역 건너편 508번 버스정류소에 6명이 모였다. 전통시장 상인 자매와 중학교 여교사, 음식점 사장….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온 덕분에 발걸음이 가볍다.

산&산에서 준비한 빵과 음료수를 나눠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이날 일몰은 오후 7시 35분. 한 시간 남짓 후면 어둠이 내려앉은 섬 산을 걸을 수 있다! 10년 경력의 야간산행 고수나 오늘이 처음이라는 생짜배기 초보나 한결같이 신이 난 표정이다.

버스는 20분 만에 영도다리를 건너 '절영종합사회복지관'에 닿았다. 복지관 옆 '봉래산 숲길' 안내판 안쪽이 등산로 입구다. 산행 초입에선 경사와 싸워야 한다.

일몰 15분 전. 손봉 턱밑에서 뒤돌아보니 깎아지른 경사라 미끄러지면 시커먼 바다에 풍덩 빠질 것만 같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사이에 바다 색감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해가 막 떨어졌을 때 손봉에 올랐다. 검푸른 바다 위에 정박등을 켠 채 묘박 중인 상선들이 점점이 떠 있다. 그 풍경은 해운대 앞바다와도 다른, 항구도시 부산만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장면이다.

자봉으로 가는 동안 숲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도심은 화려한 불빛으로 뒤덮였다. 가는 도중 벤치를 만나 땀을 식혔다. 북항은 물론 멀리 광안대교와 달맞이 야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어둠을 뚫었다. 자봉에 도착했더니 먼저 온 사람들이 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젊은 남성 셋이 막 정자에 앉아 막걸리를 꺼내고 있다. "열대야도 피하고, 운치도 있고, 얼마나 좋은데요!"

그들과 어울려 도시의 밤을 내려다봤다. 역시 부산항대교의 존재감이 컸다. 시커먼 바다뿐이었을 공간에 홀로 우뚝 서 자체 발광을 하고 있으니! 화룡점정의 역할이랄까.

드디어 봉래산 정상. 열대야를 겪었던 도심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상가의 네온사인과 꼬리를 무는 차량, 거대한 아파트 숲에서 뿜어내는 불빛…. 한참 기념사진을 찍던 일행이 약속이나 한 듯 주섬주섬 도시락과 먹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까 빵과 음료수를 먹어서 배가 부른데…." "어허, 야간산행의 재미는 지금부턴데!"

배낭에서 한두 병씩 꺼낸 막걸리는 모두 5병. 그 뒤 상황은 모두가 예상하는 그대로. "하하하, 호호호…." 1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서로에게 기쁜 만큼만!"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나름 절도가 있다. 야간산행은 절대 무리해선 안 된단다.

하산길은 백련사로 가는 이정표를 따른다. 능선길을 타고 내려가다 복천사 방향 이정표를 만난 뒤 그리 가면 된다. 약수터를 만나면서 둘레길과 다시 합류했다. 계속 직진해서 복천사를 거쳐 신선초등학교까지 내려서기만 하면 된다. 정상에서 신선동주민센터 버스정류소 앞까지 30분이 채 안 걸렸다. 특별한 여름밤의 추억 하나가 만들어졌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095.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영도 봉래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영도 봉래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산] <464> 영도 봉래산 야간산행 찾아가는 길 봉래산 숲길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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