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야간산행] 승학산은 낙조… 천마산은 부산항… 夜해서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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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산행으로 황령산 봉수대에 올라 부산 도심의 야경을 파노라마로 조망했다. 사진 중앙에 지상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황령산은 부산시내를 두루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반면 승학산은 낙조의 장관, 봉래산과 천마산은 항구도시의 풍경 등 부산의 산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이재찬 기자 chan@

한낮의 불볕더위로 후끈 달아오른 도시. 열대야까지 엄습한 여름밤은 가만 있어도 고역이다. 잠 못 드는 도시의 밤에 포로로 잡혀 있을 것인가? 탈출방법이 있다. 서늘한 밤의 숲길로 떠나는 것이다. 야심한 시각, 도심의 산은 무더위의 해방구다.

일과를 마친 뒤 가까운 산을 올라 보라. 야간산행이라 해도 땀은 흘리겠지만 멋진 야경을 보노라면 절로 땀이 식는다. 좋은 운동을 하고 귀가했으니 샤워만 해도 편안한 숙면이 뒤따른다. '야등'(야간 등반)을 즐기는 고수들로부터 여름밤을 건강하게 이겨 내는 노하우를 들었다.

한낮 불볕더위 피해… 멋진 야경 찾아…
여름 '야등' 즐기는 산꾼·동호인들 늘어

바다·강·도심 다 있는 부산 '야등 최적지'
달빛·별빛 아래 즐기는 간식 파티 '별미'

■하루 일 마치면 등산 장비 챙겨 입산


부산 동구 범일동 자유도매시장에서 등산복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미라(58) 씨. 오후 6시께 일을 마치면 훌가분한 마음으로 산에 오를 채비를 갖춘다. 목표는 황령산. 문현여고 뒤 인각사가 들머리가 된다. 여기서 산길에 접어들어 사자봉~봉수대(정상)~바람고개로 내려와 인각사로 원점회귀. 해가 떠 있을 때 산에 올랐다가 산중에서 일몰을 만난다.

"어둠이 깔린 산길을 걸을 때면 잠시 세상 밖으로 나와버린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참 좋아요. 특별한 저녁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는 40대 초반부터 산을 다녔다. 늦은 나이에 산을 알았지만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평일에도 숲길을 걷고 싶어 뜻이 맞는 지인들과 '번개 야등'을 다닌 지는 8년쯤 됐다. 하루를 고스란히 바쳐야 하는 공휴일 원거리 산행 대신 자투리를 활용하는 느낌의 평일 야간산행은 그 나름의 묘미가 있다. 그래서 부산의 산이란 산은 죄다 밤에 섭렵했다.

어떤 산이 가장 좋았을까? 그는 동아대 정문에서 출발해서 꽃동네로 하산하는 승학산 코스를 떠올렸다.

"승학산은 일몰 풍경이 참 멋집니다. 초저녁부터 해가 떨어질 때까지 색감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거든요. 낮에 봤던 승학산과 표정이 전혀 달라요."

특히 가을 억새의 야경은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운치가 있다고. 금정산도 자주 다녔는데, 초저녁에 식물원으로 올라가서 남문~동문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하산하는 코스를 즐겼다.

여름 야간산행의 별미는 달빛, 별빛 속에 즐기는 산상 파티란다. 대개 정상에 도착하면 각자 준비한 먹거리를 내놓는데 10명이 오면 10가지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제 기억엔 수박화채와 냉채족발이 가장 맛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게다가 산에 올라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가진 산꾼들과 어울릴 수 있으니 사회관계도 넓히고 인생도 배울 수 있어 좋다. 그러니 그는 오늘도 '번개 야등' 문자 공지를 기다리는 것이다.

■보름달이 산으로 오라고 불러요

탁 트인 능선길이라면 달빛만으로도 어둠을 뚫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보름달에 의지한 산행은 아주 오래된 야산 걷기다.

부산귀농학교 15기 동문들은 '십오야 야등'이란 모임을 만들어 지난 2006년부터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에 맞춰 꾸준히 달빛 산행을 이어왔다. 모임을 이끈 박대근(60) 씨는 종합병원 방사선사를 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귀농학교를 거쳐 현재 자굴산치유수목원에서 산림청 위탁 가드너(수목원전문가)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한여름 밤의 부산 야경은, 참으로 볼 만하다"고 했다. 야간산행의 묘미는 여름에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직사광선도 없는 숲길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느릿느릿 걸을 수 있지, 숲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니 체감온도는 낮아져 열대야를 피하는 좋은 방편도 된다고 덧붙였다.

으뜸 야경을 꼽자면 영도 봉래산이다. 절영해안산책로를 걷다가 백련사를 거쳐 봉래산을 올라 목장원~중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애용했다.

천마산에 가도 부산항 야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산복도로를 걸으며 서민들의 애환을 느낄 수도 있고, 초보자도 쉽게 걸을 수 있어 자주 나섰다. 도시철도 1호선 토성동역 2번 출구에 모여 임시수도기념관~천룡사~조각공원~천마산. 2시간이면 족하다. 해운대 장산과 삼포(미포~청사포~구덕포)도 운치가 있고, 황령산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천마산은 부산항 야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정상 훨씬 아래에서 조망한 자갈치시장과 영도대교 주변 밤 풍경. 이봉천 씨 제공
수십 년간의 야간산행 베테랑답게 나름의 원칙이 있다. '야간에는 1시간 30분 걷기.' 예컨대 해운대 장산에서 하산이 늦어지면 북구나 사상구 쪽으로 귀가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귀가할 수 있게 오후 7시 집결, 늦어도 10시에 하산하도록 코스를 짠다. 당연 3㎞ 미만 걷게 된다. 그런데, 여름철에만 야간산행하라는 말이냐고요? 천만에! 그는 계절마다 매력이 제각각이어서 묘미도 다르다고 했다. 가을에는 보름달 뜰 때 낭만적이어서 좋고, 봄철에는 꽃향기가 밤바람에 실려올 때 황홀해진다. "부산의 밤산행은 언제 올라도 좋습니다~!"

■월화수목금 매일 걸어요!

산에 가서 마음껏 걷고 싶다. 하지만 휴일 한나절 산행은 "글쎄요!"다. 하루가 깨지는데다 무릎관절도 슬그머니 걱정된다. 평일은 직장에 매여 있고. 그럼 산에 언제 가나?

월화수목금 매일 야간산행이나 둘레길·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있다. 다음 카페 '길사랑어울마당'(cafe.daum.net/dooldooldobo)은 부산 대표 도보동호회를 표방한다. 카페지기 조희중(59) 씨는 '앉은 채 하는 일'에 매인 스스로를 위해 '주중 2회, 주말 1회 걷기' 목표를 세우고 카페를 통해 실현 중이다.

카페 게시판을 엿보니 걷기 공지가 빼곡하다.

'7월 30일 오후 7시 45분, 동의대역 5번 출구~엄광산 둘레길~약수터~전망대~동의대 효민야구장, 8㎞, 2시간 20분.' 같은 저녁 시간에 화명둘레길~화명정수장~화명수목원(8㎞·3시간 20분)을 걷자는 안내도 눈에 띈다. 평지도 있다. 교대역~수영강~광안역(7㎞·1시간 30분).

요일별로, 시간별로, 부산을 구석구석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게 해 놓았다. 안내 문구가 재밌다. '중간 합류, 걷다 합류, 걷다 귀가 등이 있으니 체력에 맞게 참여하세요~!'

여름에는 야간산행이 많아진다. 자외선 걱정 없이 선선한 숲길을 걸을 수 있어서다. 인기 코스는? 야경이 좋은 곳에 사람들이 몰린다. 그는 천마산을 추천했다. 남항과 북항은 물론 멀리 광안대교와 해운대까지 부산의 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장산역에서 출발해 환경공단해운대사업소 뒤로 걸으면서 문탠로드를 거쳐 해운대 바다에 닿는 코스(7㎞)도 좋다고 했다.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를 밟을 수도 있고, 해운대 파도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다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굳이 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다라도 부산에서 걸을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다고 했다. 산과 강, 바다를 두루 끼고 있어 전국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에 사는 이점을 누리세요. 당장 가까운 둘레길이나 산책로를 걸어 보세요!"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


TIP

■야간산행 요령

어둠 속을 걷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등반로를 가면 안된다. 높고 험한 코스보다는 둘레길부터 시작해서 경험을 쌓을 것. 장거리보다 3시간 미만의 짧은 거리를 선택하는 게 우선이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귀가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께 하산할 수 있게끔 코스를 짜는 게 바람직하다.

낮과 달리 밤 산행에는 장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헤드랜턴과 손전등을 꼭 지참할 것. 눈에 잘 띄는 화려한 색상이나 불빛을 반사하는 재질의 옷이 좋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거나 비가 올 경우에 대비한 여벌 옷과 비옷 등도 준비한다.

야생동물을 만나거나 낙상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홀로 다니지 말고 일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GPS 앱'은 어때요?

길눈이 어둡거나 야간에 발생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처럼 사용해서 산행을 도와주는 'GPS 앱'을 써보자. 스마트폰에 지도와 루트를 띄워 놓고 걸으면 도움이 된다. 산&산 팀이 사용하는 '오룩스맵'(사진·무료·안드로이드용)을 예로 들어 알아보자.

'오룩스맵'을 내려받아 설치한다. 부산일보 전자신문(www.busan.com) 산&산 기사에 첨부된 산행 트랙 파일을 내려받는다. 이번 봉래산의 경우 '영도봉래산.gpx'다. 스마트폰을 PC에 연결한 뒤 스마트폰의 '오룩스맵'의 폴더인 'oruxmaps' 아래 'tracklogs'에 트랙파일을 붙여넣는다. '오룩스맵' 앱을 실행시켜 '지도전환' 메뉴에서 지도를 선택한 뒤 트랙을 불러오면 산&산이 걸은 등로가 지도 위에 뜬다. 트랙파일을 부를 때 루트항법을 선택하면 해당 루트를 이탈할 때 알람으로 알려준다.

문제는 지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종류가 있다. 네트워크가 잘 터지는 도심 산에서는 온라인 지도도 문제가 없다. '지도변환' 메뉴를 선택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선택 메뉴가 나온다. 온라인 지도의 '월드' 하위 메뉴에서 '구글맵'을 선택하면 된다. 버전에 따라 '구글맵'이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네트워크가 터지지 않는 오지에서도 사용하려면 오프라인 지도 파일을 구해 폰에 저장하는 게 좋다. 관련 인터넷 동호회에서 '구글맵' 사용 요령이나 오프라인 지도 파일을 구할 수 있다.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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