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풀치(새끼 갈치) 루어낚시] '은빛 포식자' 입질 괴팍해도 하룻저녁 서른 마리는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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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북빈물량장대체부두 방파제에서 인터넷 루어낚시 동호회 '부산루어포인트' 심상민 운영자가 풀치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야간에 즐기는 풀치 낚시는 청량감과 손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생활낚시다.

부산항대교가 조명에 맞춰 시시때때로 옷을 바꿔 입었다. 영도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야경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때마침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몸을 맡기니 특급 피서지가 따로 없다.

일렁이는 바다에서는 은빛 포식자 '풀치(새끼 갈치)'가 덥석 루어를 물었다. 인터넷 루어낚시 동호회 '부산루어포인트(부루포)' 회원들과 영도 해양경찰서 옆에 있는 북빈물양장 대체부두 방파제에서 풀치 낚시를 했다.


■풀치 잡으러 영도로

갈치는 통영이나 완도의 먼바다에서 잡는 줄로만 알았다. 부산 근교의 크고 작은 방파제에서도 새끼 갈치인 풀치가 잡힌다고 해서 탐색했다.

기장권에서는 학리방파제와 죽성방파제에서, 그리고 남구 용호동 백운포방파제와 사하구 감전동 동방파제, 진해 해양공원에서도 풀치가 올라온다고 했다.

인터넷 다음카페를 통해 루어낚시 동호회 활동을 하는 부루포 회원들에게 동행 취재를 부탁했다. 여러 명의 운영자 중 한 사람인 닉네임 '대장' 심상민 씨가 영도에서 만나자고 했다. 영도에 있는 낚시터라면 웬만한 곳은 다녀왔는데 이번에 만날 장소는 해양경찰서 옆 주차장이었다.

해양경찰서 옆에 119가 있고, 주변이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고 한참을 기다렸다. 그런데 일행이 오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 도착했다고 알리고 인근 방파제 사진을 찍어 보냈다. '거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문자가 왔다.

해경 옆 주차장이라고 해서 잘 찾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영도구청 쪽으로 300m쯤 더 나오다 보면 오른쪽으로 청소차가 주차된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해서 어둑한 길을 바짝 신경을 써서 찾아갔다. 결국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또 지나쳐 되돌아 와야 했다. 입구는 어두침침했다.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니 별천지가 있었다. 넓은 주차장은 자동차로 가득했고, 차에서 내려 방파제 쪽으로 들어가자 꽤 넓은 친수공간이 또 나왔다.

퍼걸러(파고라) 몇 군데에서는 벌써 음식을 준비해 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야간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부부나 연인으로 보이는 낚시인이 많았다. 캠핑용 의자를 갖다놓고 편하게 앉아 낚시를 즐기는 것이다.



■방파제에 빼곡한 꾼들

방파제는 'ㄱ'자로 생겼는데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빼곡 들어찼다. 낚시 방법도 다양해 찌낚시를 하는 사람, 카드 낚시를 하는 사람, 원투 낚시를 하는 사람, 루어를 즐기는 사람들이 다 있었다.

방파제에는 커다란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자연스럽게 집어등 역할을 했다. 대부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온 듯 평상복 차림이었다. 방파제에 올라서니 바다 표면까지는 3m 정도는 돼 보였다. 높이가 있어 서는 것보다는 앉아서 낚시를 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부루포 운영자 심상민 씨가 함께 온 회원들을 소개했다. 다들 루어를 즐기는 젊은 낚시인들이었다. 찌낚시를 하는 사람들 틈에 서서 루어를 던지고 감는 캐스팅 동작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입질이 조금 신통찮아 심 씨와 풀치가 잘 나온다는 방파제 곡각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 찌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매가리와 새끼 고등어를 이따금 올렸다. 이들도 풀치를 잡으러 왔는데 손님 고기만 잡힌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매가리는 풀치를 낚는 훌륭한 미끼가 되었다.

낚은 매가리를 통째로 썰어 낚시에 꿰어 풀치를 잡는 것이다. 찌낚시를 하는 사람들은 풀치가 미끼를 완전히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그래야 확실하게 올라온다는 것이다.

입질이 없자 심 씨가 야광 웜으로 미끼를 바꿨다. 그랬더니 바로 풀치가 물어 주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몸통을 가진 40㎝가량 되는 풀치였다. 그래도 지느러미를 곧추 세우고 포식자다운 형세를 취했다.

"바로 발 밑에서 물어주네요. 가까이 있어요. 고기가." 감을 잡았는지 심 씨는 능숙하게 서너 마리를 올렸다.



■야경 좋고 입질도 좋아

부루포 회원들은 채비 부근에 '케미라이트'(야광 장치)를 하나씩 달고 있었다. "케미를 달았네요"하고 물으니 심 씨는 "케미를 달면 채비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 수 있지만, 루어의 유영이 부자연스럽기도 합니다. 본인의 선택이죠"라고 대답했다.

채비를 던져 살살 감았다. 뭔가 턱 하고 미끼를 건드렸다. 그러나 잡지는 못했다.

두 번째 캐스팅을 했다. 이번에도 발 앞까지 거의 다 와서 '털석' 하는 느낌으로 루어를 건드렸다. 아직 풀치라도 강력한 면도날 이빨을 지난 놈이라 입질이 괴팍했다. 세 번째 입질만에 첫 수를 올렸다. 은빛 비늘이 주변 조명을 받아 찬란했다.

심 씨가 올린 갈치가 방파제에서 파닥거리고 있기에 살려 줄 요량으로 입을 잡다가 그만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어린 놈이라고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회원들은 집게를 들고 고기를 다루고 있었다. 다 이유가 있었다.

"하룻저녁 서른 마리는 거뜬하죠. 많이 올라올 때는 100마리까지 나오는데 굳이 그렇게 많이 잡을 필요는 없죠." 한 회원이 말했다. 어떤 회원은 잡았다가 바로 놓아주는 '캐치 앤 릴리즈'를 하고 있었다.

풀치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맛난 젓갈의 재료가 되는데 이곳 낚시인들은 "기름에 튀기듯 구워 먹으면 무척 맛있다"고 했다.

풀치 낚시는 마음 먹고 잡으면 쿨러를 채우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가 아니라 해가 진 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낚시를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

자정 가까이 될 무렵 철수했는데 그때도 낚시를 하러 들어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름밤은 무척 길고 풀치는 많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TIP

·상처 그칠 날 없다


낚시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기 마련이다. 루어낚시를 할 때는 다소 적었는데, 크릴 미끼를 사용하는 구멍찌낚시나, 바늘을 많이 다는 전갱이낚시를 하다 보면 손가락을 한두 차례 찔리고 만다.

손뿐 아니라 바늘이 노리는 것은 옷과 바지, 신발끈 등 다양해서 당황하다 보면 그날 낚시마저 그르치는 수가 많다.

초보라서 그런가 생각하며 혼자 끙끙거렸는데, 부산생활체육낚시연합회 이창우 회장도 바늘에 자주 찔린다고 말했다. 40년 이상 낚시를 즐긴 사람도 바늘에 찔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는 적이 안심이 됐다. 꼭 초보만 찔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바다낚시를 하다가 바늘에 찔려도 아무런 문제 없다"며 "소금물이 소독제 역할을 하는지 상처가 덧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기자의 손가락도 별다른 후유증이 없었다. 그것이 바닷물의 소독 때문이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최근엔 전갱이를 잡다가 지느러미 가시에 찔렸다. 이 가시는 미늘이 있는지 좀체 빠지지 않고 애를 먹였다. 갈치가 할퀸 손가락은 상처가 아물었는데도 말이다. 그 뒤론 장갑을 꼭 챙긴다.

가끔 낚시 취재를 하며 선장님들의 손을 유심히 볼 때가 있는데 다들 햇볕에 그을리고 흉터가 있는 투박한 손이다. 직업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할 것이지만 숙연해진다. 수십 년 경력의 낚시인도 상처가 그칠 날이 없으니 '고급 취미'의 대가라 여기자.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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