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 창녕 우포늪·가시연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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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초록빛 융단'에서 생명의 절정을 만끽하다

마름과 자라풀, 생이가래 등 대표적인 여름 수생식물이 늪을 덮으면서 초록빛 장관을 이루고 있는 우포늪 목포 일대 광경. 초등학교 교과서는 물론 현대 한국인물사에도 수록된 '우포늪지킴이' 주영학 씨가 '이마배'를 타고 우포늪 감시에 나서고 있다.

'초록빛 융단'이라는 말만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생명의 절정, 여름 우포늪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훌륭한 표현이 어디에 있을까! 여름 우포늪을 떠올린 건, 이맘때면 피기 시작한다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가시연꽃'과 온 늪을 초록색으로 뒤덮을 만큼 왕성하게 자란 '마름'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가시연꽃 군락지가 있는 우포늪 인근 마을에서 생태체험까지 겸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창녕우포가시연꽃마을'(이하 가시연꽃마을)은 그 같은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가시연꽃마을은 지난 2011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곳으로서, 다른 마을과 달리 생태체험이 가능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중학생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한 번쯤 데려갈 만한 곳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우포늪의 여름을 만나고 왔다.

■우포늪 관람은 생태관에서 출발

국내 최대의 자연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알려졌다시피 '우포늪(소벌),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늪으로 되어 있지만 통칭하여 우포라고 부른다. 우포의 진짜 이름은 소벌. 마을사람들이 여전히 '소벌'이라고 부르는데 비해 외지인들은 한자말인 '우포'가 더 익숙하다.

1억 4천만 년 전 태고의 신비 품은 내륙 습지
사계절 담은 생태관 방문이 감상법 첫걸음
가시연꽃 군락지 마을서 온갖 생태체험
"이곳선 누구나 시인이 되고 사진가가 되죠"


우포늪을 알려면 우포늪생태관부터 방문하는 게 좋다. 방문하는 계절뿐만 아니라 우포늪의 사계절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예약을 할 경우 해설(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 3시)까지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원하는 코스(상자기사 참고)로, 우포늪을 천천히 돌아본다면 1억 4천만 년 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는 우포늪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포늪관리사무소 노용호 연구관은 "우포늪은 언제나 좋지만 더운 여름의 경우,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만은 피하라"면서 "이른 아침 시간과 해 질 녘이 가장 좋다"고 귀띔했다.

우포늪의 새벽 물안개는 기존 '우포늪 8경'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최근 우포늪 해설사를 대상으로 선정한 '우포늪 10경'에 추가된 2경(새벽 물안개와 비오는 날 우포늪) 중 하나다.

노 연구관은 특히 "여름 우포늪의 주인공은 단연 가시연꽃일 텐데 이맘때부터 우포늪 방문자들이 전화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중 하나도 '가시연꽃이 언제 피는가'"라고 말했다. 가시연꽃은 7월부터 피기 시작해 10월까지 볼 수 있지만 홍수나 태풍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그 아름답던 보랏빛 꽃과 2m에 달하는 거대한 잎도 한순간에 물에 잠겨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더욱더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우포늪(소벌) 가시연군락지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멸종위기종 2급 '가시연꽃'.
2011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우포늪지킴이' 제30호로 지정된 주영학(66) 씨는 올해만 해도 소목나루터 쪽 가시연꽃은 피어나기가 무섭게 물에 잠겼다고 했다. 그나마 우포따오기복원센터 앞 우포(소벌) 가시연꽃군락지에선 제대로 가시연꽃이 올라오고 있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가 먼 발치에서나마 카메라 렌즈에 잡을 수 있었다.

■우포가시연꽃마을 생태체험

생태관을 나와서 우포늪 사지포 인근에 위치한 우포가시연꽃마을(이장 박동학)로 향했다. 가만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이런 시간에도 체험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우포생태관광체험마을회영농조합' 김량한 대표는 "전혀 관계없다"면서 "점심식사 전후로 한두 시간씩 체험 활동을 즐긴 후 우포늪 생명길을 탐방하거나 부곡하와이 쪽으로 물놀이를 떠난다면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기억에 남는 여름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시연꽃마을 체험은 크게 늪지 생태 체험과 전통문화 체험이 있다.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기는 늪지 생태 체험. 이 중에는 이마배(장대거룻배) 타기, 가래잡이, 생이가래 초록눈싸움, 풀잎 화살 쏘기, 풀피리 불기, 흙담 쌓기, 미꾸라지 잡기, 인간 메뚜기 변신, 수생식물 관찰 등으로 아주 다양했다. 
우포가시연꽃마을 체험 활동 중 하나로 '가래'로 물고기를 잡는 모습.
이마배를 탔다. 뱃머리가 이마처럼 붙었다고 해서 '이마배'로 불리는 이 배는 대나무 장대로 밀고 간다는 점이 독특했다. 우포늪에는 생이가래, 개구리밥, 자라풀 등 물 위에 떠서 사는 부유식물뿐 아니라 마름, 가시연꽃 등 부엽식물, 심지어 검정말, 나사말 같은 물 속에 잠겨 사는 침수식물도 자라고 있어서 일반적인 노로는 저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우포늪 일대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여름 대표적인 수생식물 중 하나인 '마름'.
가시연꽃마을의 이마배 타기 체험은 사지포에서 이어지는 한 수로에서 이루어졌는데 그곳은 이미 생이가래와 마름, 자라풀, 개구리밥으로 뒤덮여 마치 녹색의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았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생이가래는 나중에 '눈싸움' 대체용이 되기도 했다. 팔 위에 생이가래 몇 개를 얹어 보았더니 착잡한 느낌이 꼭 피부 마시지를 받는 느낌이었다.

생이가래 초록눈싸움이 끝난 뒤에도 체험은 계속된다. 가래와 반두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수로 양쪽에서 자라고 있는 줄이라는 볏과의 수생식물 잎을 잘라서 화살을 만들어 날리기도 했다. 또 갈대와 억새 잎을 골라서 서로 비교 관찰하게 한 뒤 갈대 잎으로 배를 만들어 늪에 띄웠으며, 왕버들과 선버들, 키버들 잎을 골라서 풀피리 부는 법도 배웠다.

미꾸라지 잡기 체험장과 흙담 쌓기 체험장이 있는 곳엔 미니 분수대도 있어서 간이 물놀이도 즐겼다. 이마배를 타면서 이미 젖은 옷이었기에 시원한 물벼락을 맞는 것 자체가 신이 났다. 체험 활동을 끝낸 후에는 샤워장에서 씻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여벌 옷 준비는 필수다.

체험활동 전후 단체 예약 팀의 경우, 김 대표의 아내 홍정희 씨가 청정 늪지역에서 나는 질경이와 예전 우포늪 사람들이 흔하게 먹었다는 마름 열매인 '말밤'(혹은 물밤)을 이용해 만든 요리(약선볶음밥, 말밤오리백숙 등)를 제공하는데 그 맛도 일품이다.

■다시 우포늪으로

해 질 녘이 되어서 다시 우포늪을 찾았다. 운이 좋으면 파란 빛깔을 자랑하는 물총새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찬찬히 우포늪을 돌아보는데 목포제방 인근에서 운 좋게 물총새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물총새가 어찌나 빠르던지 카메라는 고사하고 겨우 눈에만 담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 다큐멘터리 제작팀에서도 물총새를 화면에 담기 위해 며칠째 우포늪에서 '잠복' 중이었다.

이날 우포늪 목포에선 운 좋게 갓 부화된 쇠물닭도 만났다. 이날 아침만 해도 분명 한 마리였는데 오후에 다시 둥지를 찾았을 땐 세 마리로 늘어나 있었다. 그러자 주 씨가 들려준 이야기. "밤에는 어미가 품고, 낮에는 태양이 품은 것이지요." 주 씨는 우포늪 감상법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탰다. "귀는 하늘을 향하고, 눈은 늪을 바라보고, 발은 길을 가라고 했어요." 우포늪에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사진가가 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우포늪 목포에서 촬영한 갓 부화한 여름 철새 뜸부기과의 쇠물닭 새끼와 알.
문득, 생태관에서 만난 노 연구관의 말도 새삼 떠올랐다. "우포늪에 온다고 항상 모든 걸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같은 우포늪이라도 새벽, 아침, 점심, 일몰, 한밤이 다 다르니까요. 그만큼 우포늪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보고라는 말도 그냥 생겨난 게 아니지요."

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m.com


TIP

■찾아가는 법

우포늪을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로 내려와 우포생태관(055-530-1551)으로 이동하면 된다. 1시간 30분 소요. 대중교통은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창녕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1시간 10분 소요)한 뒤 다시 영신버스터미널에서 우포늪생태관 방면으로 운행하는 버스(하루 5회·25분 소요·문의 055-533-4221)가 있다. 창녕우포가시연꽃마을은 내비게이션에서 '우포가시연꽃마을'로 검색하거나 주소(경남 창녕시 대합면 신당리 563-10)를 치면 된다.

■우포늪 탐방 코스와 생태체험

우포늪을 탐방하는 데는 도보 및 자전거 코스가 있다. 도보는 가장 짧은 30분 코스(1㎞)부터 1시간, 2시간, 그리고 가장 긴 3시간 코스(우포늪 생명길탐방 8.4㎞) 등으로 다양하다. 여름 우포늪의 자연학습 포인트는 모든 수생식물과 마름, 가시연꽃 등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조류 중에는 쇠물닭과 논병아리가 새끼를 몰고 다니는 모습과 백로류의 먹이 사냥 등이 관찰된다. 우포늪생태관은 오전 9시~오후 6시 개방하지만 우포늪 탐방에는 시간 제한이 없다.

가시연꽃마을 생태체험은 가족 단위로도 가능하지만 체험 내용과 비용은 사전 협의해야 한다. 문의 010-5588-3076.

■먹을 곳

우포가시연꽃마을에서 예약 체험을 할 경우, 단체 손님에 한해 식사가 제공되지만 한두 가족 체험일 때는 직접 도시락을 싸오거나 인근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신당리엔 송미령 시인이 운영하는 '우포에 버들국수'(055-532-8584)가 있다. 버들국수 5천 원. 버들국수집에선 오는 8월 13일까지 '마광수·이목일 우정의 2인전'도 열린다. 또 우포늪생태관 인근의 '우포랑따오기랑'(055-532-4968)은 논고둥국 등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 식사는 6천 원. 김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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