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문화 관련법 재정비를 촉구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달식 문화부 차장

"지역문화진흥법이 지난해 12월 말 국회를 통과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지역 문화계의 숙원이었으니까요." 부산문화재단의 한 관계자가 그때를 회상하며 최근 기자에게 들려준 말이다.

지역문화계의 숙원이던 지역문화진흥법이 29일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계는 법 시행이 중앙정부의 하달식 문화정책을 없애고 풀뿌리 문화자치의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역문화진흥법은 본격적인 지역문화 시대로의 전환을 알리를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문화정책은 정부 하달식이어서 지역문화계와의 소통에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으로 이제는 지역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도 가능해지고, 예술가들의 창작이 실제로 생활문화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려 10여 년의 준비 끝에 탄생한 지역문화진흥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 진흥정책 수립과 추진, 문화 환경 취약 지역에 대한 지원, 문화도시 및 문화지구의 지정 지원 등 그간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논의된 여러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역문화의 화톳불'을 만든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진흥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중 하나가 지역문화진흥법이 상위법인 문화기본법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지역문화진흥법은 문화국가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말만 있을 뿐 정작 문화자치, 문화분권에 대한 언급은 없고 지역 간의 문화격차만 언급하고 있다. 반면, 문화기본법에는 '문화의 가치가 교육, 환경, 인권, 복지, 정치, 경제, 여가 등 사회 영역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하위법인 지역문화진흥법에서 되레 '문화국가 실현'이란 거창한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하위법과 상위법의 취지가 서로 바뀌었다.

문화와 관련된 법의 역할 분담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강조되고 있는 생활문화, 문화지구 등은 문화예술진흥법과도 일부 중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문화라는 개념 자체도 시행령에서 일부 보완했으나, 여전히 모호한 상태다.

재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하달 수 있는 예산 등 재원의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진흥기금의 조성과 관련해 필요하면 기부금품을 받으라는 이야기는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한다는 지역문화진흥법이 오히려 지역 간 경제력에 따른 문화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역문화진흥법은 이처럼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뒤늦게 일사천리로 법을 만들고, 또 여기저기서 관련 내용을 가져오다 보니 제대로 손질이 되지 않아 고쳐야 할 게 많을 터이다. 자칫 좋은 의미로 시행된 법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첫 단계로 문화 관련법의 일제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게 '법 따로 현실 따로'를 막는 방법이다. dosol@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