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 야자' 금지 상응한 학생 지도책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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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이 어제 98개 고교에 2학기부터 야간자율학습(야자)과 보충수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운영지침 공문을 발송했다. 김석준 교육감의 교육개혁 정책의 일단을 보여 주는 이 지침은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그동안 참으로 많았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들을 밤 9시, 10시까지 학교에 잡아 놓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고역이다" "그래도 학교에 붙잡아 놓으면 학력은 신장된다" 등의 찬반양론이 무성했다.

그러나 야간자율학습이 야간'타율'학습이 된 지 오래되었고, 한 반 30여 명의 학생 중 야간자습을 제대로 하는 아이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교사와 학생은 없다. 학교는 "한 명의 예외를 인정하면 면학 분위기 체계가 무너진다"는 '조직 우위론'을 내세우며 야간자율학습을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학교에서 공부하는 '척'하면서 보내고 있다. 맥 빠진 야간자율학습을 계속 '강제'하는, '자율'을 '강제'하고 있는 얼토당토않은 현실이 우리 교육의 실상인 것이다.

물론 야간자율학습 자체가 전혀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야간자율학습이 학력 향상과 학습 능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아이도 상당수 있다. 요컨대 모두에게 강제하는 것이 잘못됐으며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쥐어짜듯 강제하는 야간자율학습의 고역 속에서 학생들은 '농땡이'를 치고 교사는 이를 단속한다고 살충제를 눈에 뿌리는 희한한 시빗거리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강제 야자'를 금지하는 데만 머무는 것은 소극적인 조치다. '학생들이 밖에서 몰려다니며 사고 치는 것보다 학교에 잡혀 있는 게 더 낫다'는 식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학생 지도책이나 시간 활용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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