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성의 세상속으로] 민선자치 20년, 새 도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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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올해 부산시 부채는 얼마나 될까. 대략 2조 8천670여억 원이다. 이를 부산 시민 353만여 명 전체로 나누면 1인당 81만 원꼴이 된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부산시 공기업 빚 3조 3천억 원이 빠져 있다. 이를 보태 다시 나누면 1인당 172만 원쯤 된다.

부산시 재정자립도는 그럼 얼마나 될까. 올해 일반회계 예산은 7조 136억여 원이다. 이 중 자체 수입은 3조 6천여억 원쯤 된다. 따라서 재정자립도는 51.4%다. 명색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데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남의 도움을 받아 꾸려 나가야 할 처지다.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 44.8%
지금이 개선 요구 적기… 꼭 실현돼야


그럼 광역시 중 가장 활력 있는 도시인 인천시의 사정은 어떨까. 사례 하나를 보자. 2012년 초 인천시는 공무원들의 임금조차 제때 주지 못했다. 당시 송영길 시장은 긴급기자 회견을 자청해 폭탄선언을 했다. 정부가 인천시의 재정난을 더 이상 방관하면 아시안게임을 보이코트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 덕분에 올해는 10% 더 인상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천시 재정은 여전히 파산 직전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렇게 된 이유가 뭘까. 인천의 사례처럼 단체장들의 무분별하고 방만한 시정운영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시정에 매진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할까.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올해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4.8%다. 나머지 부족분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자체의 중앙 예속은 그래서 필연적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 대 2인 세입에 반해 지방이 6, 중앙이 4인 세출 배분의 기형적 구조에서 비롯한 탓이 크다. 그런데다 자치예산의 90% 가까이가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경직성 예산이다. 취득세 세수 감수와 복지예산 부담금 증대 역시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의 활력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다름없다.

그러면 지방자치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는가. 경기도 성남시를 보자. 시는 지난해 11월 정부로부터 일자리 창출 대상을 받았다. 지난 3년 동안 428개의 기업을 유치해 12만 4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공로다. 기업전문 재단을 설립해 산업 인프라 및 융합클러스터 조성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다. 시는 이제 재정자립도 65%, 산업매출 67조 원을 달성한 수도권 최고의 기업도시가 됐다.

지방자치의 성공적 사례는 경제 분야뿐 아니다. 서울 성북구는 우리 사회에 보편적 복지 개념인 무상급식을 전국 최초로 도입, 확대시켰다. 생활임금제도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적용했다. 저소득 계층에 최저임금보다 30% 높은 임금을 지급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자는 것이다. 기초단체도 하기에 따라선 나라 전체를 변혁시킬 수 있다.

올해는 1995년 민선 단체장 선출을 기준으로 할 때 지방자치 20년을 맞는 해이다. 그간 여러 공과가 있었지만 지방자치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면 지역 살리기는 물론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엔 더 없는 제도인 것은 확실하다.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 위해 다시 뛰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지난 25일 새롭게 구성된 민선6기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 차기 대권 주자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정치적 무게감이 역대 협의회 중 최강급이다. 이는 중앙정부에 할 소리는 당당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세입 세출 불균형 해소, 지방행정 자율성 확대, 지방정부의 국정참여 확대는 지방자치의 성공을 위해서 당장 따내야 할 과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협의회의 활약을 기대한다. abcj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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