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 닿을 데 있던 해경, 우릴 구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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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생존 학생 6명의 증언이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있었다. 학생들이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안산에서 재판을 연 것이다. 그동안 현장 상황들이 단편적으로 알려졌지만, 생존 학생들이 종합적으로 법정 증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육성을 통해 나온 생생한 증언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학생들은 자신을 구한 건 해경이나 선원이 아닌 친구들이라고 진술했다. 자신만 살겠다고 먼저 뛰쳐나간 친구도 없다고 했다. 이들은 구조된 이후에 '배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해경에 알렸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해경은 비상구 앞에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구조에 나서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자신들은 배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학생들이 나오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특히 단원고 학생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왔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 방송에 학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며 울먹였다고 한다. 선원들이 사전에 도망한 사실과 학생들을 특별히 배 안에 잡아 둔 방송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향후 조사에서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또 이 증언으로 사고 발생 후 초기 수사에서 선원 일부가 "배에 학생들이 탄 줄 몰랐다"고 한 진술이 새빨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분에 대한 진상도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고 원인, 구조 문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후 처리와 대책 수립 역시 오리무중이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의 정쟁으로 세월호 특별법의 7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될 조짐이다. 우리 사회의 부패의 전형인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김영란법도 언제 통과될지 하세월이다. 증언에 나선 한 학생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과연 한국 사회가 이 물음에 답할 역량이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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