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마리 5만 원, 개미 10만 원 … 음식에 벌레 넣어 업체 309곳 협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찰에 붙잡힌 '블랙컨슈머'가 포장 식품에 넣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미리 잡아 말려둔 파리와 개미 등 곤충 모습.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파리 한 마리 5만 원, 개미 10만 원, 거미 15만 원….'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포장 식품에 곤충이나 머리카락 등을 집어넣는 방법으로 전국의 중소 식품 제조업체 수백 곳을 협박해 상습적으로 돈을 뜯어낸 이른바 '블랙 컨슈머(악성 소비자)' 2명이 붙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부산지역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김치와 어묵 등에 이물질을 집어넣은 뒤 해당 식품 제조업체에 전화를 걸어 이를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 돈을 갈취한 혐의(공동 공갈)로 김 모(35) 씨와 이 모(46·여) 씨를 구속했다.


  
 


마트서 구입한 식료품에
말려둔 벌레 따위 넣은 뒤
3천500만 원 뜯어내
부산경찰청, 동거남녀 구속

경찰에 따르면 부산에서 동거 중인 이들은 지난 4월 주거지 인근 모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부침용 두부에 파리를 넣은 뒤 제조업체 관계자에게 전화로 협박해 5만 원을 송금 받는 등 지난 2월 13일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방법으로 부산과 경남, 경기 등의 전국의 중소 식품 제조업체 309곳으로부터 모두 3천500만 원을 받아냈다.

김 씨 등은 어묵과 순대, 해파리냉채, 돈가스 소스, 다진 고추, 건포도, 밀가루 수제비, 건어물, 건고구마, 야채만두, 가문어살, 황도 통조림 등에 자신들이 직접 잡은 파리와 개미, 거미 등을 넣어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업체 관계자에게 전송해 공갈 행각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누룽지와 쌀강정 등 딱딱한 식품류에는 작은 돌과 플라스틱, 머리카락, 생선뼈 등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 등은 식품업체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들이 생산한 식품을 먹으려다 봉변을 당했는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이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알리겠다"고 집요하게 협박하며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거액이 아닌 1만∼30만 원 등의 비교적 소액 보상금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자신들의 거짓 협박 행각을 숨겨 온 것으로 조사됐다.

마트 직원으로 근무한 전력이 있는 김 씨는 영세한 식품 제조업체들의 경우 생산제품에 이물질이 포함됐다는 고객의 항의를 받으면 보상 요구액이 소액이라면 별다른 조사 없이 이를 송금해 분쟁을 마무리한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들에게 돈을 입금한 업체 중 단 한 곳도 경찰에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의 방을 급습해 파리 등을 섞어놓은 감 말랭이나 육포, 새싹 채소 등은 물론 범행을 위해 미리 잡아 말려놓은 각종 곤충류도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영세 업체들이 대기업에 비해 위생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노린 지능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