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28도 제한… 관공서 달라진 '더위 탈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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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많았던 관공서의 실내온도가 전력난 부담을 덜기 위해 28도로 제한되면서 공공기관의 여름철 풍경이 변하고 있다.

관공서 측은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매년 공공기관을 찾던 시민들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건물로 옮겨가고 있다.

28일 오후 1시께 부산 강서구청 내부는 전자기기가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30도를 훌쩍 넘었다. 구청 직원과 민원인들의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강서구청, 시원한 그림 부착
동·사상구 직원 쿨비즈 착용

구청서 여름나던 시민들
은행·빙상센터·분수대 찾아


이 때문인지 최근 구청 종합민원실 북쪽 벽에 '피서용 그림'이 붙었다. 냉방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보니 시원해 보이는 그림을 붙여 여름나기에 나선 것.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는 어린이가 있는 그림이다. 강서구청 강경선 민원봉사과 계장은 "민원실이 덥다 보니 시원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여름용 이미지 보드를 제작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건물 구조상 더위에 취약한 구청 직원들은 일찌감치 '쿨비즈(여름에 맞는 간소화된 복장)'로 갈아 입었다.

6층 건물 외벽이 전면 유리로 된 사상구청은 올여름이 유난히 견디기 힘들다. 정남향 건물이라 점심 때가 되면 직사광선이 정면으로 투과돼 직원과 민원인들이 비지땀을 흘린다. 건물 외벽 60~70%가 유리로 된 동구청 안도 대낮이면 '찜통'이 되긴 마찬가지다.

이달 초부터 동·사상구청 여직원들 대부분은 치마를 입고 머리카락을 묶었다. 남자 직원들은 정장바지 대신 통풍이 잘되는 면바지로 갈아입었고,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출근한다.

여름이면 피서를 위해 관공서를 즐겨 찾던 시민들도 냉방이 잘 되는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매년 여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장기를 두던 서구청 앞 광장은 요즘 한적하다. 한낮 평균 기온이 29도를 웃돌면서 가만히 있어도 팥죽 같이 쏟아지는 땀을 견딜 수 없게 된 것. 이 때문에 노인들은 구청 대신 냉방이 잘 되는 은행이나 백화점, 건물 지하 푸드코트 등을 즐겨 찾는단다.

북구문화빙상센터도 더위를 피하려는 어린이와 학부모들로 매일 붐빈다. 얼음판 빙질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영하 8도까지 떨어뜨리다 보니 빙상장 내부 온도는 항상 영상 4~5도로 서늘하다. 빙상장을 이용하려면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별도 입장료는 없기 때문에 노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이라는 것.

실내·야외의 분수대도 인기 만점이다. 지역마다 여름철에 특별 가동을 할 정도로 분수대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강서구청은 초·중·고교 여름방학 기간인 이달 말부터 8월 말까지 명지근린공원 '춤추는 음악분수'를 특별 가동하기로 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30분간 가동되는 분수에는 어린이와 학생들이 몰려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상구보건소 민원실 내 실내화단에 설치된 소형 분수대도 더운 날씨에 활용도가 높아 쉬어가는 민원인들이 선호하는 장소로 꼽히고 있다.

김현아 기자 srdfi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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