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세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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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원성의 대상이다. 중세 영국의 레오프릭 백작은 농노들에게 매우 높은 세금을 매겼다. 백작 부인이 남편에게 세금을 줄여 주자고 줄곧 제안했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백작은 부인이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세금을 줄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인은 뜻밖에 이를 받아들였다. 마을 주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당부한 후 알몸 상태로 마을을 돌았다. 남편은 약속대로 세금을 줄였다. 하지만 톰이라는 청년이 몰래 훔쳐봤다. '훔쳐본다'는 뜻의 영어 숙어 'peeping Tom'의 유래다.

돈이 돈을 기하급수적으로 불리는 금융자본주의 시대에서 양극화 현상도 심각해졌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 횡재세, 부유세, 토빈세와 같은 견제 장치를 나라별로 실시하고 있다. 횡재세(windfall tax)는 지난 1997년 영국 노동당이 집권하자마자 실시한 특이한 이름의 세금이다. 횡재, 즉 '굴러 온 복'을 의미하는 'windfall'의 원래 뜻은 폭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의미한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땔감용으로 쓰일 나무들을 공짜로 가질 수 있으므로 그야말로 횡재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유세는 유럽 몇몇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저항이 만만치가 않다. 프랑스 갑부이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에 부자 증세를 피해 벨기에로 망명을 시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순자산만 300억 유로(약 45조 원)에 이르는 부자다. 하지만 국민 비난과 루이비통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자 결국 이를 접고 말았다.

정부는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고소득층 세금 감면 혜택은 줄이고 서민층 세제 지원은 늘린다. 조세는 국가 재원 마련과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나눔의 차원으로 세금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태성 논설위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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