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딸을 보고 싶어…" DNA검사가 풀어 준 '24년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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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딸을 한번만이라도 볼 수 없을까요?"

지난 3월 말 부산 사상경찰서에 A(82) 씨가 찾아왔다. 한참을 망설이던 A 씨는 잃어버린 딸을 찾아달라는 하소연을 했다.

A 씨가 딸 B(45) 씨를 잃어버린 것은 24년 전. 지적장애 1급이었던 딸은 아내와 외출하고 돌아온 사이 집에서 사라졌다. B 씨가 21살 때의 일이었다.

A 씨는 이곳저곳을 수소문하고 전단을 배포하며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딸을 찾을 수 없었다.

장애인딸 잃어버린 80대
경찰 찾아가 사연 호소
국과수 도움으로 찾아


그리움을 묻어둔 채 24년을 버텨왔던 A 씨는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 딸에 대한 그리움을 참지 못해 경찰서를 찾게 됐다. A 씨는 조사 과정에서 사상서 방문 날짜를 미루기도 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A 씨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B 씨의 DNA를 추출해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보관된 유전자 데이터와 일치 여부를 파악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중 지난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 씨와 일치하는 유전자 데이터가 일치하는 장애인이 있다는 희소식이 날아왔다. 게다가 먼 곳도 아닌 경남 양산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소식도 알게 됐다.

24년 전 유전자 정보가 없었던 시기에는 딸을 찾을 수 없었지만 최근 기술이 발달하면서 A 씨가 딸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A 씨는 25일 양산의 장애인 시설에서 딸을 만나 24년 만에 가슴에 묻어두었던 울음을 터트렸다. 지적장애 1급인 B 씨는 인지능력이 없이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A 씨는 "20년 간 아버지 노릇도 못했는데 알아보지 못해도 상관 없다"며 "그동안 못해준 사랑을 죽는 날까지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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