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상. 잦은 사고 1호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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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 83%가 20년 이상 달린 노후차, 시민 안전은 멀리멀리~

지난 23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부산 지하철노조원들이지하철 1호선 노후차량 교체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서 올해만 벌써 4번째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큰 재해 1건이 발생하기 전 29건의 작은 재해가 있고, 그 전에는 300건의 사소한 재해가 있다는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시민들 사이에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 있다. 서병수 시장 취임 후 첫 시정 토론회 주제도 '도시철도 1호선 안전문제'가 될 정도로 도시철도 안전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러나 재정적자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도시철도 안전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지난 17일 부산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으로 진입하던 노포동 방면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400여 명이 대피하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약 한 달 전인 6월 10일에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 인근에서 전동차가 정전으로 멈춰 승객들이 선로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5월 21일 범일역 화재사고, 1월 20일 토성역 화재 사고 등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서는 올해만 4번이나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만 4번의 화재사고 발생
자동으로 과전류 차단해주는
회로차단기 미작동이 원인

최근 회로차단기 교체 불구 사고
차량 아닌 부품 교체 효과 의문
통신망 노후화도 문제로 지적

부산교통공사는 7월 시청역 화재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한 4호차의 주 퓨즈와 고속도회로차단기 사이의 고압회로에서 과전류가 발생하면서 추진제어장치가 타 연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6월 동래역 전동차 사고에 대해서는 전동기에 과전류로 인해 전기 스파크가 발생해 추진제어장치에 합선이 일어난 것이 원인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전류 등 변압기 불안정으로 인한 전류 문제가 열차 고장의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두 건의 열차 고장이 화재로까지 이어지게 된 데에는 고속도회로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고속도회로차단기는 과전류가 검지될 경우 자동으로 이를 차단해 합선으로 인한 화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안전장치로 가정집의 누전차단기인 두꺼비집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그러나 회로차단기가 불량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사고를 막지 못하고 화재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추진제어장치와 회로차단기 등 열차의 주요 부품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노후화가 원인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현재 45편성 360량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6량이 도입된 지 25년 이상된 노후 차량이다. 20년 이상 노후전동차는 300량으로 전체 83%나 된다.

부산교통공사는 2012년 8월 대티역 화재사고로 2012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1호선 전동차 전체 45편성 중 38편성의 회로차단기의 부품을 교체하고 내부 절연장치를 보강하는 작업(리모델링)을 벌였다. 6월과 7월의 사고 열차 모두 20년이 넘은 노후 전동차로 지난해 모두 회로차단기를 교체·보강했다.

부산교통공사는 7월 사고 이후 1호선에 운행하는 45개 전 편성 전 차량에 대해 과전류 검지 시 고속도회로차단기가 신속하게 전류를 차단할 수 있도록 변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 노조는 "부산시와 교통공사가 리모델링을 통해 신차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공언했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며 "결국 리모델링은 열차 노후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노후전동차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대책으로 리모델링에 약 65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현재 1호선 9개 편성의 추진장치(자동차의 모터에 해당)를 2~3호선에서 운영하는 VVVF 방식으로 교체하는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차량 노후화뿐만 아니라 통신망 노후화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서 개통부터 사용하고 있던 기존의 무선 통신망은 오래돼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부산교통공사는 경찰청과 협의를 통해 기존 통신망과 함께 경찰 무선망인 TR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TRS가 역사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역과 역 사이의 지하 터널 내부에서 화재 등 차량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도시철도 자체 기존 통신망만으로는 연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7월 사고 당시 부산 소방안전본부에서는 '양정역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관과 차량이 양정역으로 출동했다. 그러나 양정역에는 화재의 기미가 전혀 없었고, 한 차례 헛걸음을 한 뒤 다시 신고를 받고 시청역으로 이동했다. 대형 화재라도 났더라면 1분 1초가 시급한 순간에 골든 타임을 낭비했을 뻔한 상황이었다.

부산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기관실에서 기관사가 바로 관제실이나 119에 신고를 해 정확한 사고 지점과 당시 상황을 알려줬더라면 혼선으로 인한 출동 지연을 막고 초기 대응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를 인식한 부산교통공사는 관제실과 기관사 사이에서도 원할한 통신이 가능하도록 TRS 망이 미설치된 역사 승강장, 종점 구간, 지하터널 내부 등에 중계기와 안테나를 설치하는 공사를 8월 중 시작해 10월 중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안전대책을 강화해 시민이 안심하고 더 편리하게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7월부터 안전 확보, 서비스 개선, 문화경영 확대 등 3대 분야 10대 중점 과제를 선정해 '안심도시철도 만들기'에 본격 돌입한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 후 약 2주 만에 또 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부산도시철도 1호선 사고의 근본 원인인 차량 노후화는 리모델링이나 캠페인성 정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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