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기장갑 민심 살펴보니 "발전 위해 여당 후보" "변화의 젊은 40대"
"아이고 더운데 선거는 무슨 선겁니까?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고마 이번에는 투표할 생각이 없습니다."
27일 오후.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앞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주부 이 모(53) 씨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이 씨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누구를 뽑아 놔봐도 서민들 먹고 사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 벽보가 붙은 걸 보고 선거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솔직히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건너편 커피숍에서 만난 젊은 유권자들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대학생 김 모(21·여)씨는 "이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열리는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30일 한다는 건 아는데 그 날은 이미 친구들과 여행 약속이 잡혀 있다. 약속이 없었어도 투표하러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의 남자친구 이 모(22) 씨 역시 "주변의 친구들 중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거들었다.
선거 무관심 반응 상당수
사전투표율 3.89% 전국 꼴찌
새누리 배덕광 지지 주민
"구청장 경험 살려 잘 할 것"
새정연 윤준호 지지 유권자
"여당에 실망해 야당 찍을 것"
새누리당 배덕광, 새정치민주연합 윤준호 두 후보가 뛰고 있는 7·30 해운대기장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임박했지만 27일 본보 취재진이 돌아본 이 지역 유권자들의 상당수가 선거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여름철 휴가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인데다 전국적인 인물이나 쟁점이 없는 것도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듯 했다.
이 같은 밑바닥 분위기는 26, 27일 양일간 실시된 사전투표에서도 해운대기장갑 투표율이 3.89%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전국 15개 지역 중 꼴찌로 나타난 데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역에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2002년 8월 8일 실시됐던 국회의원 보궐선거 투표율 18.8%를 못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무관심이 지역에 흐르는 전체적인 분위기였지만 새누리당 배덕광, 새정치민주연합 윤준호 후보를 지지한다는 유권자들은 나름대로의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었다.
반여 3동 골목시장앞에서 만난 60대 김 모 씨는 "이 지역 국회의원을 하던 서병수 씨가 시장이 되지 않았느냐. 그 사람을 도와 반여동의 발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집권당인 새누리당 후보가 계속 지역을 위해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며 배 후보 지지를 분명히 했다. 중1동 대천마을에서 배 후보의 명함을 건네받은 40대 주부 김 모 씨도 "배 후보가 구청장을 오래 하면서 해운대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변 사람들 중에 배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 아무래도 야당 후보 지지쪽보다는 많은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을 표출하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았다. 우2동 교회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명함을 건네는 윤준호 후보에게 "나는 이제 새누리당 그만 찍을 것"이라면서 "새누리당은 선거 때뿐이다. 한 번 바꿔 주소"라고 말했다. 젊은 후보라는 데 대한 호응도 있었다. APEC나루공원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윤준호 씨는 실물이 훨씬 낫네. 응원할 테니 힘내라"고 말했고, 반여동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명함을 보면서 "이리 훌륭한 사람을 왜 몰랐을꼬"라며 기념촬영을 청했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유권자들 중에는 후보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우동 제니스아파트 주민 이 모 씨는 "이번에 오거돈 후보가 다시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걸었는데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두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재송동 센텀파크 주민 김 모(40) 씨는 "부산에서 제일 변화가 많은 곳이 해운대인데 여당 후보는 구태의연해 보이고 야당 후보는 패기에 비해 흥미로운 공약이나 선거 전략을 못 만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 후보는 선거가 이틀 남은 28일 지역을 샅샅이 훑으며 밑바닥 민심 잡기와 부동층 흡수해 전력을 다했다. 두 후보는 이와 함께 배 후보의 제안에 윤 후보가 화답하며 전격 성사단계에 들어섰던 27일 정책토론이 막판 무산된 데 대해서도 "의견조율 도중 일방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배 후보측) "처음부터 의지가 없었던 생색내기 제안"(윤 후보측)이라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노정현·김마선 기자 jhnoh@busan.com